지난 달 말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난데없는 세작 논쟁이 있었다. 내년에 신장개업을 준비 중인 경인방송(구 iTV)의 신현덕 고용사장이 백성학 실세사장을 미국의 세작(일명 스파이)이라고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돌발사태로 회사를 떠났지만 진실을 가리는 일은 남아 있다. 백성학이 정말로 세작인지, 신현덕이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게 생기자 꾸민 음해인지, 아니면 백성학의 시망스러운 습관을 오해해서 과대 포장한 것인지에 대한 진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백 사장과 신 사장은 당초 가까운 사이였다. 그를 이 회사 대표로 영입한 사람은 바로 백사장이다. 그런데 백 사장은 지난 7월 초, 묘한 지시를 내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국내외 주요 사항에 대해 그 내용과 정보 소스를 알려주며, 신 사장이 한국 정부와 재야 움직임에 대한 동향보고 등을 문서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신 사장은 그 동안 모두 8건의 관련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백 사장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들어온 정보 관련 문건을 자신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폭로된 문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 사장이 직접 작성한 백 사장을 고발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D-47이라는 일련의 문건 가운데 하나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이다.
먼저 신 사장이 공개한 문건의 제목은 ‘영안모자 백 회장의 활동에 대하여’다.
“초기에는 기업인이 참 많은 정보를 알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사람을 시켜 저에게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관련된 기구조직과 활동 내용을 설명까지 했습니다. 저는 백 회장의 지시로 모두 8건의 문건을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백 회장이 하는 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정부와 정보기관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 회장은 국내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정보와 문서를 제공받고 있으며 그것을 영문으로 번역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말했습니다. 백 회장은 저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을 동원해 국내 정치상황과 북한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해 미 정보기관에 전달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백 회장은 제게 작성토록 한 문건들도 영문으로 번역하여 보여 주었으며, 내일이면 미국 부통령 책상에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백 회장은 영문으로 번역한 문건을 자신이 직접 미 8군에 가서 미국 측에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하여 더욱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을 방조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백 회장이 하는 일이 그릇된 정보를 최 우방국인 미국에 제공해서 잘못된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등 올바른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D-47 문건은 전시 작전권 이양과 관련한 노무현 정부의 의도, 여권 대선 후보 무력화, 야권 대선 후보 약점 확보, 노대통령의 정국 주도력 유지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문서는 결론 부분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핵, 작전권 이양, 경제 위기, 부패 등이 맞물려 내년 초 무정부적 혼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 대중 선동력, 기획력을 갖춘 구 민주계 출신 인사와 구 YS계가 합쳐진 반노 반좌파 구국연합 성격의 정치운동 조직의 탄생이 필요하다”라고 보수정권 수립을 위한 방책마저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폭로에 대해 백성학은 “신 사장이 언론사에서 외신을 담당했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 정세를 알려달라고 했고, 국내 정세를 잘 모르니 아는 게 있으면 보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문건들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는 문건 작성의 목적은 ‘단순히 기록해 두려는 것’이었지, 미국에 대한 정보 제공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문건은 이밖에도 우리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할 만한 내용을 여러 건 담고 있다.
백 회장이건 신 사장이건 국내와 북한 문제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외국의 지인에게 말할 수는 있다. 다만, 정보이건 첩보이건을 떠나서 그런 문서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미국 정부로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국 행위라는 의심을 받고도 남을 일이다.
영안모자라는 기업을 창업해 국제적으로 성공한 백성학이라도 국민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음해였다면 신 현덕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수사 결과가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