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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꽃 ‘타협’

임 형 진 <경기대 사회과학부 대우교수>

중국 노련한 솜씨로
北 6자회담 복귀
美까지 움직여
‘북핵’ 다양한 카드 필요

10월 31일 북경에서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 결과 북, 중, 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북한과 미국 모두가 한발자욱씩 양보한 결과였고 이를 중재하고 이끌어 낸 중국 외교의 승리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처럼 우리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두고 우리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 역시 국제정치에서의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10월 9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시험으로 시작된 한반도 발 10월 위기는 국제정치의 이슈를 완전 점령한 사건이었다. 국제사회는 일순간 핵보유국가로 등장한 북한에 대한 제재로 집중되고 다양한 형태의 방법이 강구, 실현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북한을 움직인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아니었다. 이미 북한은 오래 전부터 제재를 받아 온 터였기에 그것이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 문제는 중국의 압박이었을 것이다. 중국은 의외일 정도로 미국의 제재 압력에 동참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무역압박을 가했으며 기름지원마저 끊는 등의 초강경책을 구사했다. 이는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시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배신감 표출과 그로 인한 대북 통제수단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의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듯해진 중국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오랜 형제국가였던 양국 간의 갈등은 중국의 노련한 외교술로 해결된 셈이다. 중국은 19일부터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특사로 북한과 미국에 연이어 파견했다. 탕 특사는 각기 김정일과 부시를 만남으로써 양국은 간접적인 정상회담을 한 셈이 되었다. 틀림없이 탕 특사는 김정일의 2차 핵시험 불가와 부시의 금융제재 완화에 대한 확약을 받아 냈을 것이고 그것이 31일 북경에서 북중미 합의로 결과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일단 핵시험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만큼 향후 열리는 6자회담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복귀를 결정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위기를 최고조로 높인 후에 대타협을 시도하는 소위 ‘치고 껴안기(hit and clinch)전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시험은 강경군부를 무마하고 인민들에게는 선군정치를 확고하게 심어 내부 단속을 성공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복귀배경은 국제환경의 악화이다. 우선 중국의 변심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강화는 어려운 경제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며 믿었던 한국정부의 강경선회도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북한 인민들은 이미 상당부분 자본과 돈 맛을 본 터라 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가 과거 같지는 않을 것이다.
양자회담은 절대 없다던 미국의 변화는 가장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악의 축인 북한과의 대화에 알레르기를 보이던 부시정부가 변화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11월 7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일 것이다. 이미 북한의 핵시험으로 인해 대북정책의 실패라는 여론에 집중타를 맞고 있던 부시정부에게 중간선거는 최악의 결과로 예견되고 있다. 선거에서 북핵문제는 주 이슈가 될 것이며 부시정부는 더욱 곤경에 처해질 것이다. 따라서 부시는 북핵해결을 위한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했다. 물론 북한을 제재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성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첫단추 일뿐이다. 전술한 대북금융제재가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리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예상된다.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북한이나 미국 모두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 선을 어떻게 찾느냐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북한의 합법계좌에 대한 동결해제 등이 강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6자회담의 본질인 북핵의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까지는 멀고도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핵해법으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식을 내놓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특징처럼 아직은 말의 성찬에 머물고 있다. 중국보다 먼저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을 특사로 북한과 미국에 파견하고 러시아를 끌어 들이는 등의 노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북한관리를 위한 끈(경제적 지원)마저 일찍 잘라버림으로써 중국과 같은 강온책을 쓸 카드도 스스로 없애 버렸다.
저들에게 북핵은 국제공조의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민족의 문제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북핵의 해법은 이제부터이기에 우리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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