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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장외투쟁’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본연의 임무를 자신의 조직 안에서 처리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자신 또는 조직의 견해를 표명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이것은 반독재 투쟁에 나선 젊은이들이 학교나 공장을 뛰쳐나가 거리에서 데모를 하면서 국민을 향해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장외투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장외투쟁’은 그 경위가 어떻든 간에 공직사회의 기강을 해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불안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 하겠다.
즉 김승규 국정원장은 386간첩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이례적으로 언론사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정 간첩이 연루된 명백한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이번에 구속한 5명과 관련 있는 추가 혐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후임으로 “’코드인사’가 와서는 절대 안 되며 현재로선 국정원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이 외풍에 의해 영향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정원장의 이 같은 파격적인 행동은 초유의 일이었다.
한편 론스타사건의 주요 인물인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구속영장을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재신청하거나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의 성격을 반국가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법원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 3일 유씨 등의 범죄 혐의와 영장 기각에 대한 반론이 담긴 전자우편을 법조계 인사 7천명에게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증권거래법 위반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는 것을 기각의 주요 이유로 삼고 있다.
우리는 주요 사건을 담당한 수사 책임자들이 언론을 통해 애로를 호소할 만큼 긴박한 상황과 맞물린 답답한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공조직의 테두리 안에서 정밀한 법 이론과 전문인으로서의 양식을 무기로 난국을 돌파하려하지 않고 피의 사실을 공표하고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밖에서 거론하는 것은 위법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신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고위 공직자들은 기이한 ‘장외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부구조를 흔들지 말고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직 안에서 냉철하고 진중하게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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