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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발상의 전환 필요

이 종 태 <한국교육연구소장>

이미 묵은 이야기가 되기는 하였지만, 내년도 대입 논술 시험과 관련하여 여론이 들끓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기가 막힌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사가 있었다. 그것은 학교에서 교사가 논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학생들이 치러야 할 시험에 대하여 가르치는 교사가 준비해 줄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가?
이야기인즉슨 이러하다.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각자가 전공한 교과지식이다. 국어니 수학이니 역사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지식의 원천으로서 권위를 한껏 과시하고 또 때로는 한없는 존경을 받고 있지만, 자기 전공을 넘어선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런데 지금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출제하여 시험을 보겠다고 하는 논술 문제는 대개 특정 교과의 범위를 넘어선 것들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특정 교과 내용을 명확하게 물어보는 문제를 내면 그야말로 본고사로 간주되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교과와 교과를 넘나드는 문제라고 해도 여전히 시비의 대상이 된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대학에서는 입학시험으로 논술 문제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교사가 못 가르치는 까닭

대학입학 시험으로 논술을 포함시켜야 하는가 아닌가는 여기서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학생을 선발하는 개별 대학의 문제이며, 이론적으로는 대학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구비해야 할 가장 보편적인 능력을 어떤 방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평가방법상의 문제이다. 이에 비하여 여기서 생각해보고자 하는 문제는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입 시험과목이라 하더라도 ‘학교 교사는 논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다.
교사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일리가 있다. 본래 중등 교사의 자격증은 교과목별로 주어지며 이를 얻기 위해 사범과정 4년은 일부 교양과목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자기 전공 지식만을 공부한다. 그리고 ‘00과목 교사’라는 국가 자격증은 법적으로도 그 교사가 그 과목의 지식만을 충실하게 가르치면 임무 끝이며 그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자 사실상 무리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편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사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은 개별 과목의 지식을 익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욱 절실한 것은 그러한 개별 과목의 지식을 배움으로써 세상을 알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히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배우는 개별 교과의 지식만으로는 이런 것들이 제대로 길러질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선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가 활발한 토론을 벌였으면 하는 것이다. 엄연히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이 있는데, 교사에게도 잘못을 물을 수 없고 학생도 나무랄 수 없다면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를 따져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 체계 전면 재고해야

여기서는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만족하고자 한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하는 학교의 교과목 체계에 관한 것이다. 현행 교과목은 교사 양성이나 임용, 자격증 부여, 입시에서의 시험 출제, 참고서 시장, 학회 구성 등 촘촘한 먹이사슬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의 논리를 동원하여 현행 교과목 체계가 아이들에게 인류문화 유산을 전수하는 최선의 방책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다 나름의 정당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현실과 논리적 구조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 우리 사회의 내일을 짊어질 세대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교육계의 힘만으로는 이러한 잘못된 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하여 참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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