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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이 성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점수… 일류대학…


공부기계 만드는 학교교육


사람 가꾸는


전인교육으로 바뀌어야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자녀가 좋은 성적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오늘 어떤 곳에 있든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자녀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녀 성적에 대한 애타는 마음은 학교에 대한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평가는 교육적 기준보다는 어느 학교가 얼마만큼 좋은 성적을 냈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러다 보니 학교마다 대학입학 합격자 결과를 알리기에 바쁘다. 심지어 학교에서 1㎞이상 떨어진 도교육청 입구에 대학입학 수시모집 결과 현수막을 걸어놓는 코믹한 일까지 벌어진다.
수백 명의 학생을 교육해놓고, 불과 몇 명의 학생이 소위 명문대에 들어간 것을 학교마다 너무도 자랑스럽게 걸어놓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수학능력시험 결과 이외의 다른 모든 교육적 활동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학교에서는 ‘점수 더 올리기’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청소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즐거움을 얼마만큼 억제하느냐가 좋은 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누구나 이것을 잘 알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생활이 어느 정도 고통스러운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청소년기에 누리는 즐거움을 죄악시할 만큼 학생들에게 인내와 고통을 요구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통 학생 당사자가 져야 한다. 대다수가 고통을 받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이다. 경쟁이 치열한 것과 경쟁에 참가한 구성원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 수준은 세계 최상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잘했는데 대학에서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학을 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받은 좋은 점수는 서열이 높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암기식, 주입식 교육을 넘어 어머니가 유아에게 먹이는 것과 같은 암죽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암죽식 교육을 잘하는 학교를 선호한다. 당연히 학교는 암죽식 교육을 잘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 아침 일찍 등교시키고, 밤늦게까지 공부시키고, 한정된 몇 권의 책만 반복해서 공부하게 하고, 학교 밖 직접적 경험을 제한하고, 학생 간 소통시간을 줄이는 경쟁을 한다.
암죽식 교육은 대입경쟁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능력 있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은 아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입시교육에서는 창의력, 문제 해결력, 종합적 사고력 등과 같은 고급사고력은 기대할 수 없다.
작은 그릇에 억지로 많은 양의 지식을 담는 것보다 다소 양이 적더라도 그릇의 크기를 넓고 깊게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등학교부터 자기 주도 학습태도, 독서에 바탕을 둔 사고력, 호기심, 창의성 등이 입시교육을 위해서 짓눌려 버려서는 우리 교육에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성적’을 학교 교육의 유일한 가치로 삼는 학력사회와 그 속에 매몰된 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면서, 남과 다른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가꾸는 인간을 교육하는 장소는 아니다. 항상적으로 남과 비교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의식을 구조화시킨다. 남과 비교된 모습에서 만족과 행복은 있을 수 없다.
교육의 주된 목적을 인재 양성에 두는 한 필연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인재의 대열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다수의 열등생을 양산하는 비효율적 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성적이외의 모든 가치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성적으로 상처받은 학생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아를 보상받으려 하지만 마땅히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학교에는 없다.
학교 교육의 실질적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간을 가꾸는 교육, 모든 학생이 건장한 자아를 형성하는 교육, 다양한 직업 세계에서 인격적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시민교육, 다른 사람과 관계 맺으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교육, 인물 고르기가 아니라 사람 가꾸기 교육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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