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숲은
남북·미국 눈치보지 말고
튼튼히 자라서
통일의 거목 되었으면…
유엔이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로 다음 날인 18일 오전, 남쪽 사람들 60여 명이 개성 땅을 밟았다. 공단 지역 안의 황량한 야산에 ‘평화통일 숲’을 가꾸어주려고 찾아간 것이다. 출발지인 안산의 새벽은 꽤 추웠지만 개성은 아주 포근했다. 남쪽의 (사)민족화합운동연합 일행을 안내하던 북쪽 사람들은 “좋은 분들이 오셔서 갑자기 날씨가 좋아졌다.”며 반겼다. 일행은 공단 사무실에서 공단 현황에 관한 설명을 들은데 이어 로만손 시계협동화공장을 둘러보고 버스 편으로 식목 현장에 도착, 서울에서 가져간 은행나무 1,000여 그루를 심었다. 이 나무는 북측이 요청한 것이다. 은행나무는 아무데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가서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60㎞,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의 거리. 황해북도 개성시 판문군 평화리에 자리 잡고 있다. 개성 시가지와는 몇 킬로 떨어져 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군인들이 살벌하게 대치했던 메마른 북측의 들판이다. 6.25남북전쟁 때는 북측의 전략적 요충지로써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개활지이다.
6.15남북공동 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라는 이름의 경제특구로 이곳을 특별히 개방한 것은 앞으로 동족 간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헤어진 남북의 부모가 다시 만나서 낳은 옥동자인 셈이다. 민족화합과 남북공동번영의 상징이다. 북핵 사태로 2단계 분양은 보류된 상태이지만 1단계인 1백만 평의 공단 안에서는 남쪽 사람 5백여 명과 북쪽 노동자 1만여 명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단지 한반도 통일을 말하며 생산 활동에만 전념할 뿐이다. 시작한지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공단이지만 모두들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단 안에서 일행을 안내하던 북한 처녀는 미국과 남쪽의 일부 호전세력이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가네가 무엇이길래 형제들끼리 뜻을 모아서 사업을 하는데 간섭을 하느냐”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 날은 토요일이라서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점심을 먹고 1시가 넘자 모두 퇴근들을 했다. 노동자들은 개성 시내 집으로 돌아가 잠간 쉰 다음 정치 문제 등을 놓고 정기적인 집단 학습활동에 들어간다고 했다.
안내원은 “지금은 버스 편을 이용하지만 2단계 공장이 들어서면 기차를 운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역은 판문역이고 지난여름 준공되었다. 서울에서 가자면 도라산역 바로 다음이다. 북측은 아마 DJ의 열차 방북을 대비했던 모양이다. 무슨 사정인지 북측은 아직도 남북 철길을 연결시키지 않고 있다.
북한이 다시 남쪽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유엔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남쪽 정부가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결의안의 내용은 북한의 자존심을 몹시 건드리고 있다. “고문, 공개 처형, 강제 노역, 탈북자 처벌, 인신 매매 등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실태조사와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북한 체제 안에서의 ‘인권 문제’를 제3자가 알면 얼마를 알고 또 말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북한 조평통은 즉각 성명을 통해 남한이 유엔 결의안을 찬성한 일을 두고 “남북관계를 뒤엎는 반통일적 책동이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보다 외세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을 지탱해 나가는 자들은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다.”고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지난 7월 4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우리 정부와 북 당국 간의 대화는 사실상 중단 상태이다. 우리 정부가 쌀과 비료의 지원을 중단시키자 북측은 이에 맞서 개성공단 방문 때 의례히 선물하던 개성 관광을 중단시켰다. 지금은 공단에 가도 개성을 가볼 수 없다. 안내양은 “모두가 원하니 곧 좋은 소식이 있겠죠?”라고 말하지만, 남북 양측의 당국자들이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할 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멀기만 하다.
월북 시인 조 운의 절창인 “선죽교, 선죽교라니 발 남짓한 돌다리야”의 그 돌다리를 걸어보고 싶었던 꿈은 당분간 접어야 한다. 답답하다. 그러나 한 가닥 희망의 소식이 갑자기 들려온다.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 문제도 다루어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죽교만큼 작은 한반도의 앞날을 언제까지 미국에 맡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