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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治’에서 ‘協治’로 가려면

허 윤 범 <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해온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경장연’)의 경기도청 앞 노숙농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록 몇 차례 안 되지만 그동안 경기도와 경장연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가운데 일부는 합의사항을 찾아나가며 입장 차이를 좁혀 왔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경기도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이제까지의 의사소통을 뒤집어 버린 경기도의 ‘임의단체’ 주장 때문이다.
임의단체와 협상할 수 없다는 경기도의 주장은 사실 논쟁할 가치조차 없는 구시대적이고 후진적 사고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본고에서 다루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기도의 이러한 낡은 행정이 현재, 그리고 향후에도 도민의 삶을 옥죄는 망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실 임의단체라고 하는 경기도의 주장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의 정당성에 대해 더 이상 둘러댈 이유가 없어 만들어낸 궁여지책의 단어에 불과하다. 임의단체와 협상할 수 없다는 말은 곧 법정단체와만 협상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경기도의 몰이해에 다름 아니다. 시민의 자발적 의지와 힘으로 운영되는 시민사회단체의 운영형태를 굳이 법정단체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시민사회단체의 판단에 따르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법적근거를 운운하며 임의단체와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은 시민사회단체 운영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간섭일 뿐이다.
공직자들 탈권위적 사고 필요
과거에는 정부와 기업만이 존재하던 시절에서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발전은 이제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쉽이 필수요건이 되었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행정은 귀담아 들어야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른바 관치의 시대를 넘어 협치(協治, governance)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이는 다양화된 시민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관의 행정력만으로는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정부는 물론 수많은 지방정부들도 각 종 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 또는 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뿐인가? 더 나아가 이제는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관(官)의 적극적(?) 지원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두 경기도가 말하는 ‘임의단체’들에 말이다.
활동보조인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어떤가? 이미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위해 각 지역에서는 경기도의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유사한 지역시민사회단체의 연대조직인 ‘임의단체’와 협상을 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는 중앙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연대 등이 이른바 경기도가 말하는 ‘임의단체’들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유독 경기도만 ‘임의단체’ 운운하는 것은 경기도의 현 행정이 과거 권위주의적 행정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거버넌스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파트너로 인정해야
사실 임의단체냐 법정단체냐라고 하는 단체의 운영형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단체가 갖고 있는 공신력, 즉 신뢰성의 문제이다. 이러한 면에서 경장연의 소속단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의 공익적 활동을 해왔던 단체들이다. 행정의 손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시민사회의 요구를 묵묵히 담당해왔던 것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소중한 경험과 향후 경기도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방향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활동보조인서비스라고 하는 장애인복지사업의 일개 단위사업을 이루어내는 것과 함께, 경기도의 시대에 뒤쳐진 낡은 행정을 시민의 힘으로 바꾸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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