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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자 찬 기운이 쏟아지듯 들어온다. 겨울이다. 이미 완연한 겨울이다.
옷을 여미고 뒤뜰로 나간다. 지난 밤 바람에 쓸려온 나뭇잎들이 가득하다. 지난 밤 바람이 제법 불었나 보다.
하늘을 본다. 맑다. 맑기가 그지없다. 구름 한 점 없다. 바람도 없다. 모든 것이 숨을 죽인 듯 조용하기만 하다.
공기는 차다. 매섭다. 아침 햇살이 비취고 있는데도 겨우 영하의 기온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지난 밤 얼어붙었던 창이 쨍- 하는 소리도 없이 깨어질 것만 같다.
유리 탁자 위에 얼음이 꽤나 두텁게 내려앉았다. 나무울타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지난 밤 내내 나무들이 뿜어낸 수분이 서리가 되고 얼음이 되었다. 그것이 이슬이 되어 탁자에도 울타리에도 내려앉은 것이다. 그것이 새벽의 추운 날씨에 그대로 얼었으리라.
손바닥을 탁자 위에 댄다. 찬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순식간에 온 몸으로 전달된다.
엄지손톱을 세워 탁자를 조심스럽게 긁는다. 얼음이다. 제법 두텁다. 그러나 아직은 단단하지 않다. 대패질에 나뭇결 벗겨지듯 손톱이 지나는 길을 따라 켜켜이 얼음이 켜진다.
똑같이 내려앉은 이슬이고 서리이지만 모두가 다 얼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리 탁자 위에 내린 이슬은 얼음이 되었지만 나무 울타리에 내려앉은 이슬은 얼음이 되지 못했다. 그대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미처 스며들지 못한 이슬들만이 조금 남아 서리가 되고 군데군데 엷게 얼었을 뿐이다. 당연한 일이다. 
제 몸이 따뜻해야 다른 것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뿌리 뽑히고 베어져 울타리를 이루고 있을 뿐이지만 나무들은 아직도 제 몸 안에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손을 대어보면 따스한 기운이 전해져 온다. 온 몸이 따스해진다. 생명의 온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깊어지는 겨울을 따라 매서운 추위가 오더라도 수목은 얼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 나뭇가지를 덮고 덮었더라도 살아 있는 나무는 얼지 않는다. 따뜻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온기를 몸 안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는 수많은 생명을 품어 안는 숲을 이루는 것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그저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다.
나는 그저 조용히 나무처럼 숲처럼 살아가고 싶다.
지친 사람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다.
누구든지 지친 마음을 풀어 놓기 위해 산책할 수 있는 숲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숲길을 걷던 사람들이 위로를 받은 후 훌쩍 제 가던 길을 떠나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행여 숲길을 걷다 위로를 얻은 이들이 나무를 닮아가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게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행여 숲길을 걷다 위로를 얻은 이들이 숲을 이루기를 원 하기라도 한다면 더불어 숲을 이루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숲을 이루었던 이들이 인생의 남은 날들을 살아가는 동안 숲과 같은 사람, 나무와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는 일이 무엇이 어려우랴.
나무와 같은 사람, 숲과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을. 숲으로 난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을.
아니 그저 숲으로 난 길이기만 하면 되는 것을.
몸이 선뜩해진다. 기운이 차다. 바람 한 점 없는데 나뭇잎 우수수 떨어진다. 나무들도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리나 보다.
마루로 들어와 물을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한다. 금방 따스한 기운이 몸으로 스며든다. 움츠러진 몸이 펴지는 듯하다.
따뜻함이란 참 좋은 것이다. 이처럼 금방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 말이다.
커피를 한 잔 타 들고 작은 식탁에 앉는다. 열린 창으로 찬 기운이 들어온다.
발이 시리다. 맨발이다. 열린 창을 닫기 위해 일어선다. 열린 창으로 아침 햇살이 드리운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일까. 몸을 뒤집으며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이 눈부시다. 가슴 시리도록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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