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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설립만이 능사 아니다

배 봉 균 <신세계 한국상업사 박물관장>

공립박물관은 도 · 시 · 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여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1995년에 출범한 지방정부는 해당 시군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부각 · 지방문화 활성화 및 문화 컨덴츠 구축 · 문화사업을 통한 고부가치 창출 ·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 고취 등의 목적을 갖고 박물관 건립에 적극적이다.
경기도내 박물관 및 미술관은 80여 개로, 이 중 공립박물관 및 미술관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도 실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파주시립박물관 등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공립박물관이 붐을 이룰 정도로 많이 건립되고 있지만, 일부 박물관의 경우를 보면 건립과정과 개관 후 운영 및 인력 면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박물관 건립이 지역의 정체성 및 역사성을 치밀히 검토해서 건립되기 보다는 하나의 유행처럼 박물관 건립이 추진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니, 지방재정 자립도는 고려되지 않은 채 외형적인 면을 강조하여 박물관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박물관 신축시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박물관 건축 및 전시물 제작에 상당수 예산이 배정되어 있고, 박물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물 구입 및 전문 인력 예산 책정에는 비효율적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신축 박물관인 경우에는 박물관 업무를 담당할 전문가의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물관 건립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각 분야별로 자문위원회가 개최되기는 하지만 시간적, 인적 구성에서 제한적인 활동에 머무르고 만다. 박물관 계획부터 개관까지는 해당 부서 공무원과 외부 시공업체가 맡아서 진행함으로써 전문성 부재 및 시공업체와의 결탁 등 부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박물관을 이끌어갈 관장과 학예연구원들은 개관 직전에 임용되기 때문에 향후 본인들이 운영해야 할 박물관의 선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의 인원을 늘리는 문제가 보통이 아니지만, 적어도 박물관과 같은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기관 건립이 확정되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시점에는 전문가들의 영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도 사전에 구입되어 전시계획에 반영되기 보다는 박물관 전시계획이 수립된 이후에 유물 구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운영 계획 없이 설립부터
박물관 건립과정도 문제지만 박물관 개관 이후는 더욱 심각하다. 박물관을 개관할 때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다가도, 개관 이후의 예산을 보면 시설 운영 및 인건비에 최소한의 예산만 배정하고 있다.
박물관의 기능은 크게 유물 수집 및 보존, 연구, 전시, 교육 기능으로 대별할 수 있다.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영입하여야 하나, 상당수 시립박물관의 경우 인력 운영 현황을 보면 관장 이하 1~2명의 학예 연구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정도 인원으로는 박물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연구 및 유물 구입 예산 등이 전혀 책정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관람객은 똑 같은 유물을 관람하게 되고, 박물관 특성에 맞는 기획전 개최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관람객이 박물관을 외면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박물관은 지속적인 유물 구입을 통해 망실 내지 훼손되는 유물을 보존, 연구하여 최종적으로 전시를 하게 된다. 박물관 운영 예산 및 인력의 부족으로 박물관의 순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면, 악순환이 계속되어 어느덧 박물관은 죽어가게 된다.
인력·재정 확보 선행돼야
물론  시 · 도의회에서도 박물관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서민 경제 활성화 내지 예산 긴축 시 박물관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항상 박물관 등 문화예산이 우선적으로 삭감되어야 하는가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박물관을 신축할 때는 지방 재정 자립도나 향후 운영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예산을 수십억 · 수백억 원을 집행하다가, 정작 제일 중요한 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이 최소한으로 책정되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박물관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름하는 척도이다. 향후 공립박물관이 지역문화의 중심이며 지역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중심기관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컨덴츠 개발 및 인적 구조 개선과 재정 안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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