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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는 빈집을 헐고 있는데…

이농으로 폐가 계속 증가
수도권 ‘집값 스트레스’
정부는 부동산 접고
귀농 유인정책 펼쳐야


 25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어느 농촌 마을에서는 굴삭기를 움직여 농가 주택을 철거하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은 ‘또 헐리는 구나’하고 한 마디씩 한다. 지은 지 50여 년 되는 집이다. 흙벽돌로 된 집이나 꽤 넓고, 중간의 새마을 운동 때 지붕을 기와로 바꾼 덕에 아직도 살기엔 부족함이 조금도 없는 집이다. 그러나 집 주인 할머니가 독거 중에 3년 전 세상을 뜨신 이후 빈 채로 있어 왔다. 이 집은 동네 한 가운데 자리한데다 정 남향이어서 겨울에도 유달리 따뜻했고, 국립공원인 월출산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이다. 불행히도 지난여름 큰비로 집 한 쪽이 무너졌다. 그래서 국비 지원을 받아 철거를 한 것이다. 이 마을은 이웃인 장암 마을의 250가구와 함께 30가구가 수백 년을 살아온 남평 문씨 세거의 마을이다. 1970~80년대의 이농현상이 급격하게 발생한 이후 마을은 반으로 줄었다. 그 동안 철거된 집이 많았고, 올 가을 들어서만도 세 집이 철거되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은 이른바 향촌이다. 우리나라는 17세기부터 향촌이 형성된다. 이 마을도 1644년부터 거주가 시작된 것으로 남평 문씨 문중사는 기록하고 있다. 향촌 가운데서도 가장 힘이 강한 마을이 동족마을이다. 동족마을이란 대체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동성동본의 성씨집단이 특정마을에 주도권을 가지고 집단 거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동족마을에는 신분에 따라 반촌, 중인촌 그리고 민촌으로 구분되는데 이 마을은 반촌이다. 조선 후기에 들면서 신분제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자 양반사족들은 족인의 결합을 공고히 하고, 신분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반촌을 건설했다. 이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마을은 특히 문중계의 운영에서 모범을 보였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용하기(用下記)라는 연말 정산용 회계장부는 우리나라 복식부기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유서 깊은 농촌 마을은 물론이고 모든 농촌 마을이 지금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엊그제의 일은 아니다. 마을마다 60세 이하의 젊은이(?)는 거의 없다. 고샅에 보이는 사람들은 죄다 허리가 굽은 노인들뿐이다. 수도권의 사정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빈집이 생기면 사들여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는 도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이나 영남권의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십수 년이 지나 노인들이 이승을 떠나면 농촌 마을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농촌에서는 입주할 사람이 없어서 빈집을 허물고 있는 판국인데, 수도권에서는 내 집 한 칸을 마련하지 못해서 서민들이 ‘집값 스트레스’라는 시대병을 앓고 있다. 무슨 이런 정치가 있단 말인가.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비서관은 바로 강남에 집을 샀던 사람이다. 노 무현 정부를 움직이는 이른바 386세대라는 사람들의 현실인식 수준이 이 정도이다.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입만 열면 집값이 올라간다. 부동산 하면 강남이고 강남하면 노 무현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노 무현시대에 들어 강남 사람들은 앉아서 벼락부자가 되었다. 비가 내려도 노 무현을 탓하던 강남 사람들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입으로는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지내고 보면 부동산 업자들의 배만 불려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노 무현 정부의 한계이다. 사람을 잘못 쓴 탓이다. 주택 문제에 관한 한 한쪽에서는 주거 개념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급 개념을 강조한다. 정부 안에서조차 손발이 맞지 않는다. 정책 실패는 뻔한 일이다. 노 무현 정부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사고만 칠 주택 문제라면 시장에 그냥 맡기고 임기를 조용히 끝내는 것이 낫겠다.
 다만 아직 열정이 남아 있다면 농촌 문제 좀 고민하기 바란다. 그 동안 농촌을 살리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 도시의 실업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꺼린다. 당근이 없어서 그렇다. 반파 농가의 철거비용 지원도 좋지만 귀농 희망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유인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국유지를 임대해 활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언가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조처를 취한다면 실업자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농촌을 지금 같은 일종의 노인정 전시장이 아니라 활기 넘치는 역동의 새 터로 바꾸어야 한다. 대책 없이 헐리는 빈집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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