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을 거닌다. 아름다웠던 지난 날들을 저마다 살다간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모퉁이마다 쌓여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이다. 마치 저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던 초여름, 불어오던 바람에 흩날리던 봄 꽃잎들이 쌓여 있는 것만 같다. 지난 밤 바람이 쌓아 놓은 것이리라. 하룻밤만 지나도 수북하게 쌓이는 낙엽이다. 저렇게 많은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나무에는 나뭇잎들이 많이 남아 있다.
울타리에 몸을 기대어 선다. 제법 떨어진 곳에 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지난 여름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제법 많이 떨어졌다. 빈가지가 많이 보인다. 빈 가지 사이로 듬성듬성 하늘이 보인다. 햇살이 드리운다.
나뭇잎 한 장 몸을 뒤집으며 떨어진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저 홀로 떨어져 내린다. 마치 허공에 놓인 계단을 사뿐히 밟고 내려오는 듯하다. 그 모습이 가볍기 그지없다. 떨어져 내린 낙엽들로 밑둥치는 수북하다. 숲길마다 가득하다. 다람쥐 몇 마리 서둘러 겨울 양식을 준비하려는 듯 재게 몸을 놀린다.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연이어 떨어진다. 우수수 떨어진다. 바람이 부는가. 바람 한 점 없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저마다 몸을 뒤집으며 천천히 내려온다. 햇살을 받으며 내려오는 나뭇잎들이 눈부시다. 마치 은빛 조각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듯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슬프기도 하다. 슬픔이 마음 한 구석으로 스며든다. 나뭇잎 한 장 한 장마다 지나 온 날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파릇파릇 새 잎으로 돋아나며 설렘으로 잠을 설치던 봄날에서부터 바람이 불어 올 때마다 서로 몸을 비비며 ‘쏴아- 쏴아-’ 파도소리를 내던 여름날과 지나 온 날들의 수고를 바라보며 이별을 위해 아름답게 제 몸 치장하던 가을날에 이르기까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던 절망의 순간들이 그리움 되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거기 내가 서 있는 듯 바라본다.
내 삶이 거기 서 있는 듯하다.
내 삶의 모습이 거기 있다.
지나 온 내 삶의 조각들이 나뭇잎들처럼 떨어져 내린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내 삶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나뭇잎 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종이배에 희망을 담아 개울에 띄우곤 하던 유년 시절이 햇살에 반짝이며 떨어져 내리고 있다. 되고 싶고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 소년 시절이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잃어버릴 수 없는 제 평생의 사랑을 잃고 목 놓아 울던 절망의 날들도 그리움 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제 삶을 버리기만 하면 모두 행복해질 것만 같았던 어리석었던 젊은 날들도 마음을 적시며 떨어져 내리고 있다.
모두 아름다웠던 순간들이다. 그립기만 한 순간들이다. 설렘은 설렘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절망은 절망대로, 회한은 회한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대로 모두 그립고 아름다웠던 날들이다.
그 날들이 내 삶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다.
내 삶을 지나고 있다.
바람에 낙엽 지나가듯이 그렇게 내 삶을 지나고 있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을까.
무엇 하나 안타깝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을까.
조금만 더 어리석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조금만 더 지혜로웠다면 지나 온 삶이 조금은 다를 수 있었을 것을.
그렇게 마음 가득 짙은 회한을 그리움으로 남기며 지나고 있다.
그립다. 눈물이 나도록 그립다. 지나 온 모든 날들이 그립다.
나뭇잎 떨어진다.
바람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저 홀로 떨어진다.
지나 온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도록 저 홀로 떨어져 내린다.
저 홀로 떨어져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