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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희망 나침판 북극성

윤 한 택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정치는 덕으로 하라
북극성처럼
제자리 지키면
뭇별과 공유한다…


윤 7월이 끼어 더디 온 올해 시제 길은 어째 더 을시년스럽다. 꼭 추위 탓만은 아니다. 시골 동네 어귀마다 걸려 바람 따라 너덜거리는 ‘한미 FTA 반대’ 현수막의 처연함 때문만도 아니다. 자기들의 분신인 트럭을 불태울 수밖에 없는 ‘화물연대 파업’의 울부짖음이 서럽기만 해서도 아니다.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 주검으로써 나라를 지킨다.
둘. 우리는 강철같이 단결하여 공산침략자를 쳐부수자.
셋. 우리는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휘날리고 남북통일 완수하자.
이승만의 몰락과 더불어 묻혔던 ‘우리의 맹세’가 이 묘사 철의 망우리 묘지 위로 다시 살아 넓게 깔리고 있다.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농지개혁을 추진하고 ‘평화통일’을 부르짖다가 사법살인 당한 조봉암이 아직도 눈감지 못하고 있는데, 그가 다시 ‘건국의 아버지’로 불려나와 달려오고 있다.
그 뿐만도 아니다.
1.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2.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 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3. 이 나라의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 도의와 민족정기를 다시 바로잡기 위하여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
4.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 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 한다.
5. 민족적 숙원인 국토 통일을 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배양에 전력을 집중한다.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굳건한 토대를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우리의 맹세’를 확대재생산한 ‘혁명공약’이 이 추수감사철의 수유리 4.19 묘지 기념탑을 뒤덮으며 ‘우리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제사상에 축문으로 되살아오고 있다.
뉴 라이트냐 올드 라이트냐는 시비 거리조차 되지 않으니 제쳐 두자. 재벌이 자기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정치가가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서, 종교인이 자기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가진 자가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런다면 우리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니, 황금과 패권과 절대자의 위엄 앞에서 하찮은 씨알들이 목숨이나마 부지하려면 이해하고 자시고가 없지 않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병든 영혼의 아편인데.
문제는 먹물깨나 먹고 풍류 자락이나 날리는 자들의 과학과 도덕으로 포장된 아부성 꼬락서니다. 찬 이성, 더운 가슴은 초월적인 위엄을 이해할 뿐이지 결코 동의하거나 무릎 꿇지는 않는다.
물신은 목숨을 건 도약의 언덕 위에, 죽음의 해협 건너에 계시면서 우리의 밥통을 쥐고 흔들지만, 우리는 그가 우리가 낳은 자식임을 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릎 꿇을 수 없다. 절대자는 생명의 강 저 편에 계시면서 우리의 근원을 옥죄지만, 그가 우리를 낳은 부모이기에 우리를 강제로 무릎 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바야흐로 인류는 더부살이 구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더 확연히 터득해가고 있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더부살이 구조 속에서는 지구형 인간과 태양형 인간이 불가피하게 분화해서 서로 대립하는 한편 서로 보완하는 한 패거리가 되어 땀 흘리는 씨알들 위에 군림하였다.
지구형 인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는 선택 받은 땅에 네발 달린 짐승의 발을 묶어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약탈형 존재만을 키워왔다. 태양형 인간은 자기야말로 태양계의 수장이며, 모든 생명 존재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피수탈형 희생자라고 주장해왔다.
가난 보다 고독이 더 두려웠던 공자는 이 인생이란 고해의 바다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북극성형 인간상을 제안한 바 있다. “정치는 덕으로 하라. 비유하건대 북극성과 같다. 자기 자리에 있으면서 뭇별이 공유한다.”
고독했던 공자에게 유일한 희망의 나침판이었던 북극성이 다시 몰려오는 지구인의 머리 위에도 고루 축복을 내리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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