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화)

  • 맑음동두천 4.5℃
  • 흐림강릉 2.4℃
  • 흐림서울 8.6℃
  • 맑음대전 9.5℃
  • 흐림대구 8.5℃
  • 구름많음울산 5.9℃
  • 구름많음광주 11.2℃
  • 구름많음부산 8.1℃
  • 맑음고창 7.0℃
  • 구름많음제주 9.9℃
  • 맑음강화 5.7℃
  • 구름많음보은 9.0℃
  • 맑음금산 8.8℃
  • 흐림강진군 9.7℃
  • 흐림경주시 6.5℃
  • 흐림거제 9.3℃
기상청 제공

(기고)생명력 긴 정책

이 근 찬 <오산 이근찬 내과의원 원장>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 간학회에 참석했을때 흥미로운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간질환의 연구에 있어서 진실의 생존율’이라는 제목의 프랑스 학자가 발표한 것으로 주요 의학잡지에 게재된 간질환 연구 논문중 연구 결론이 폐기되거나 거짓으로 판명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가를 조사한 것 이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약 45년이 지나면 발표된 논문의 절반 정도만 질실한 것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은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의미가 없는 내용으로 판명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20%의 논문은 발표 당시에도 편향된 해석이나 조작으로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 프랑스 학자의 연구는 의학분야에서 지식의 반감기를 연구한 것이다.
지식의 반감기란 Friz Machlup이란 학자가 처음으로 소개한 개념인데 특정분야에서 지식의 절반이 거짓으로판명될 때까지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의 반감기는 분야마다 다르며 기초과학분야나 이론분야(언어학, 수학 등)는 비교적 길고 실용학문이나 산업분야(소프트웨어, 전문적 기술 등)의 경우는 짧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눈부신 IT분야의 발전을 보면 1년 아니 몇 개월만 지나도 신기술로 각광을 받던 기술이 쓸모없는 낡은 기술로 추락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떤 것이 진실이라고 판단할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육, 경험, 관찰을 바탕으로 정보를 분석해 판단한 것이다. 즉 우리가 맞다고 믿는 것은 우리의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그 대상이 실제 진실인가 거짓인가 와는 다른 것이다.
권력자 아집·독선은 독
우리가 얻는 정보 자체의 진실성이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경험하거나 관찰한 것도 착각일 수 있으며 정보가 애초에 거짓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옳다고 믿는 것이 영원불멸의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어떤 과학적 혹은 학문적 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가의 정책적 판단,그리고 사업가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1905년 클리블랜드 미 대통령은 “지각이 있고 책임감 있는 여성이라면 투표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1927년 워너브라더스 픽쳐스사 사장이었던 해리워너는 “배우가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말했던 당시의 보편적 지식들은 지금 우리에겐 정말 그처럼 저명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황당하게까지 들리는 것이다.
요즘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폐기되었거나 거짓으로 판명된 지식을 고수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 정확한 정보가 있어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편의적이거나 편향된 해석을 내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믿음이나 편향된 신념이 개인적인 일을 결정하거나 판단하는 것 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사람이 그렇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를 생각해 보고 새로운 정보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인재풀·정보편향 문제
특히 아집과 독선, 작은 인재의 풀,입맛에 맞는 정보의 편향적 선택은 올바른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확실한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도 세월이 지나면 거짓으로 판명되는데 진실의 판단 조차도 편의적으로 하거나 외면한다면 안될 것이다.
다양한 정보의 수집, 과학적인 분석, 중립적인 판단이 그 결정이나 지식의 진실성과 유용성이 길게 유지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즉 우리가 지식이나 정보 혹은 신념이 진실인가를 판단할 때는 이것이 미래에도 진실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 인가를 고려해야 하고, 주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숙고하는 것이 오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독선을 버리고 항상 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가를 생각하고 생명력이 긴 최선의 정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