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들마다 빈가지로 바람을 맞고 있다. 빈가지만 말없이 흔들린다. 그 모습이 쓸쓸하다.
그 무성하던 나뭇잎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아름다웠던 나뭇잎들은 모두 어디로 떠난 것일까.
떠나간 것일까. 떠나보낸 것일까.
그 빈가지 위로 겨울비가 내렸다. 가을이 깊어지기도 전에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더니 이내 봄날처럼 따뜻해졌다. 때 아니게 비가 내린다. 겨울비다.
마지막 잎마저 떠나보낸 빈가지마다 빗방울들이 맺혀있다. 떨어져 내릴 듯 매달려 있는 빗방울에 창밖의 세상이 비췬다.
어떻게 저렇게 맑고 깨끗하게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을까. 제 몸이 깨끗하기 때문일까. 제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일까.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일까. 괜스레 눈물이 난다.
이제 겨울비가 왔으니 제법 추워지겠지.
이제는 비가 아니라 눈이 오겠지.
이렇게 겨울은 깊어지겠지.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겠지.
이렇게 인생의 날들은 바람처럼 지나가겠지. 떨어진 낙엽처럼 흘러가겠지.
흐르는 강물처럼 말없이 흐르며 지나 온 날들을 생각하게 하겠지.
흐르는 강물처럼 말없이 지나 온 세월의 강에 몸을 싣고 나도 지나 온 날들을 생각하겠지.
나는 정말 사랑하며 살아온 것일까.
나는 정말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온 것일까.
누군가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가르쳐 준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 삶을 살아온 것일까.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온 것일까. 누군가와 싸워 이기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온 것일까.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삶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아온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 자신을 깊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에 대한 무한한 존중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가진 이들만이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
가을 날 그리도 아름답던 나뭇잎들이 겨울이 오기 전 모두 떨어져 내리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저마다 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지나 온 삶도 저 빗방울에 비추어보면 아름답게 보일까.
다른 이들의 삶처럼 아름답게 보일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부슬 부슬 내리던 겨울비가 그쳤다. 밤이 깊어간다.
밤길을 나선다. 축축하게 젖은 공기가 나를 감싼다. 젖어든다. 바람이 불어온다. 잔바람이다. 잔바람이지만 차다.
옷깃을 여민다. 달빛 하나 없다. 캄캄하다. 드문드문 서있는 가로등 불빛들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겨울비가 만들어낸 안개 때문이다.
길목마다 흥건하게 젖어 있다. 길목에도 거리에도 비에 젖은 낙엽들이 나뒹군다.
바람을 따라 미처 흘러가지 못한 낙엽들이다. 흐르는 세월을 따라 제 갈 길로 떠나지 못한 낙엽들이다.
무심히 흐르는 시간의 강을 따라 그저 흘러갔으면 되었을 것을...
그 모습이 꼭 나를 닮은 듯하다. 제 삶을 따라 살아가지 못한 인생길에서 마음을 잃고 어느 길목을 서성이고 있는 나를 닮은 듯하다.
그 후줄근한 모습도 참으로 나를 닮았다.
무심히 흐르는 인생의 날들처럼 그렇게 흘러갔으면 되었을 것을...
사랑을 품고 사랑을 따라 그렇게 흘러가면 되었을 것을...
밤하늘을 본다.
구름이 걷히는가. 구름이 걷히는가보다. 구름이 걷힌다.
달빛이 부끄러운 듯 연분홍빛을 드리운다.
연분홍빛 달빛이 축축하게 젖은 밤공기를 타고 내려와 밤길을 걷고 있는 내 앞에 드리운다. 살포시 드리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