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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가깝고도 먼 사이인가?

지난 6월 한국에 온 미국 케네디가의 딸인 케리 케네디 여사는 한국에서의 미국 존재에 대해 ‘손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비명에 숨진 로버트 케네디의 장녀이며 국제적인 인권운동가이다. 그의 말은 맞다. 미국은 분명히 손님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초청해서 전쟁 중인 이 나라를 크게 도왔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도 떠날 채비를 전혀 않는다. 미국더러 ‘떠나면 큰 일 난다’고 말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한 손님은 말리는 손을 뿌리치고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 장마와 손님은 빨리 갈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미국이 이 땅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1882년이다. 미국 함대를 이끌고 부산항을 찾아온 불청객은 슈펠트제독이었다. 그는 일본 힘을 빌려 조선과의 수교를 요청했다. 이 요청은 거절되었다. 미국은 다시 조선 조정을 좌우하는 힘을 가진 청나라의 북양대신 이 홍장을 내세워 수교에 성공한다. 그 해 3월 맺은 조약이 조미수호통상조약이다. 서양 열강과는 첫 번째 조약이다. 그 내용도 참 그럴 싸 했다. 두 나라는 서로 최혜국 대우를 하고, 어느 일방이 제3자의 힘에 의해 곤경에 처하게 되면 서로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1905년, 고종이 일본의 침략을 걱정해서 도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미국은 이미 일본과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맺고, 필리핀은 미국이 지배하고 조선은 일본이 지배한다는 밀약을 맺은 뒤였다.  미국이 이미 운산 금광 채굴권, 전기회사 설립권, 철도와 항만 부설권 등 돈벌이 할 만한 이권은 죄다 챙긴 다음의 일이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미국은 다시 한반도에 발을 들여 놓는다. 소련군은 북쪽으로부터 일본군 항복을 받으며 남하를 시작했는데 미군은 멀리서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소련에게 한반도를 남북으로 쪼개자고 제안했다. 이 때 소련은 쉽게 이 제안을 수락했다. 천년 통일국가가 둘로 갈라지는 순간은 이렇게 간단했고, 미국은 그 역할을 식은 죽 먹는 기분으로 처리했다. 1950년, 남과 북은 전쟁을 치렀다.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에게 개입을 요청했다. 미국은 즉각 유엔군의 이름으로 다시 한반도에 상륙했다. 그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다만 총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이다.
종전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오늘이다. 6·15남북 공동선언의 성과로 남쪽 사람들은 금강산도 구경하고 개성공단에 들어가 사업도 펼친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종전이후 세대에게도 통일의식이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그런 궁금증을 흥사단 민족통일본부가 풀어주었다. 흥사단은 지난 5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서울지역 대학생들을 상대로 젊은이들의 통일의식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통일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51.4%로 나타났다. 그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미국의 존재는 부정적이며, 한미 관계는 의존적인 동맹관계보다는 자주적 또는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미국 시민들의 다수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은 북한과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는데 찬성하며, 대북 식량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월드 퍼블릭 오피니언  오르그’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북한은 특정 조건 아래서만 포기하겠다고 한다”고 상황을 설명한 다음  그 조건의 한 사례로 불가침 조약 체결을 제시한데 대해 ‘찬성 71%, 반대 24%’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1년 간 먼지만 쌓였던 베이징의 6자 회담 테이블로 곧 다시 대표들이 모여든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미국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북한을 대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의 방해세력이라는 오해를 씻을 수 있는 기회도 이번이고, 북한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마련하는 기회도 이번이다. 미국이 강대국의 콧대만 세워서도 안되고, 북한도 핵보유국 주장만 앞세워서는 어느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는다. 부시의 공화당 정권이 동방의 한 작은 나라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협상에 나선다면 미국은 ‘멀지만 가까운 나라’로 재인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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