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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시대, 다시 열려야 한다

김 성 열 <극단城 대표/연출가/극작가>

지역문화 생산기지
작품 대형화에 존폐위기
문화 모세혈관 살려
풀뿌리 예술 꽃피워야


소극장만 있으면 뭘 못하랴.
내가 하고 싶은 작품들 모두 막을 올리리라. 그게 꿈이었다.
1980년대부터 오직 우리의 둥지를 틀고 공간에 대한 연구와 실험의 무대를 마음껏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지하로 내려갔다. 막장으로 말이다. 컴컴하다.
땅울림이 들리는 것만 같다. 남아있는 식량과 물, 산소가 점점 없어져간다.
갈증이 난다. 물을 먹고 싶다. 공포가 밀려온다. 떠나간 자들을 원망한다.
삶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상실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운명을 소리쳐 저주한다.
환상의 세계에 빠진다.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힘있게 내려뜨린다.
첨벙하는 소리가 내 귀에 메아리친다.
맑은 물이 펑펑 우물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내 얼굴이 비친다.
주름도 없이 탱탱한 모습이다. 허상의 절정이다.
갑자기 현실로 떨어진다. 졸립다. 몸에 힘이 빠진다.
이러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 하는게 아닌가?
얼굴을 허공에 파묻는다.


연극인에게 소극장은 절실한 공간이다. 소극장은 창작의 공간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연극제작의 특성상 어머니의 뱃속과도 같은 곳이다.
수공업적인 정성과 인간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이 공간에는 있다.
수원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소극장 운동으로 독자적인 공연문화를 형성해 독립적인 문화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대형극장의 잇따른 건립으로 1990년대를 기점으로 모두 사라지게 됐다.
이로 인해 소규모로 자생적 문화를 표현할 공간이 사라져 상업주의 대형 작품들을 소비하는 문화 소비도시로 전락했고, 우수한 인재들의 이탈 현상과 젊은이들의 문화, 실험, 창작문화는 요원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소극장은 지역문화의 생산 기지로서 또 공연문화의 본류로서 소극장 문화를 다시 회복해야 할 때다. 존중해야 될 것은 존중해야만 한다.
소극장의 제작비는 한 작품당 5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따로 기획자를 둘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홍보 마케팅의 어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작은 연극이 살아남아야 불씨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를 수 있다.
오늘 이 시대 우리 연극이 필요로 하는 것은 희생정신, 그리고 헝그리 정신이다. 새 시대는 분명히 오늘 우리들의 희생이 밑거름 되어 피어날 것이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잠시 숨가쁜 현실을 내려놓고 인간과 인간이 마주한다. 동화된다.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라 내가 이 시대의 배우가 되는 것이다.
대형화된 작품에 밀려 소극장은 존폐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연극이 갈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우직함과 순수가 역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라고.
연극은 집단의 작업인지라 혼자서 즐거운 것은 의미가 없다.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관객도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생존해야만 한다.
오늘날 이 사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 할 수 있을까? 존재의 철학을 찾기 위해 한편  한편 성실히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어떠냐,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내 뒷모습이 서글프게 보여도 어쩌랴, 아름답게 보일 때도 종종 있을 것이다.
남문에 드림씨어터란 소극장을 개관한지 벌서 1년이 지났다.
배우는 현실에서가 아니라 무대에서 싸운다. 제대로 싸운다. 배우의 눈빛을 보라. 얼마나 이글거리는가, 총총한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내게로 달려올 듯, 무대에서 펄쩍 뛰어내려올 듯….
다시 소극장 시대가 열려야만 한다. 관객이 오시는구나. 관객이 오시더구나.
미래의 연극을 위하여! 새 연극을 위하여! 소극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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