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화)

  • 맑음동두천 4.5℃
  • 흐림강릉 2.4℃
  • 흐림서울 8.6℃
  • 맑음대전 9.5℃
  • 흐림대구 8.5℃
  • 구름많음울산 5.9℃
  • 구름많음광주 11.2℃
  • 구름많음부산 8.1℃
  • 맑음고창 7.0℃
  • 구름많음제주 9.9℃
  • 맑음강화 5.7℃
  • 구름많음보은 9.0℃
  • 맑음금산 8.8℃
  • 흐림강진군 9.7℃
  • 흐림경주시 6.5℃
  • 흐림거제 9.3℃
기상청 제공

은퇴, 정서적 준비 필요성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간 못 만난 친구들 모임이 자주 있다.
젊은 시절 연말 모임이 먹고 마시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면, 나이 50이 넘어가면서는 모임 성격과 화제가 완연히 달라졌다.
올해 주요 화제는 노인 문제와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이야기였다.
친구들 연령대로 보아 부모님 연세가 70대 중·후반에서 80대를 훌쩍 넘으셨으니, 현재 겪는 어려움도 대부분 엇비슷했는데 주는 연로한 부모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포함해 부모님으로 인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갈등이 나날이 심해진다는 이야기였다.
여자친구들은 시부모에 대한 불평을, 남자친구들은 부모님 문제와 관련하여 드세지는 마누라에 대한 불평이 주였다.
그런데 보다 흥미로운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듣지 못했던 은퇴 이후 무엇을 하며 긴 노년기를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중년층들은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이 각종 언론에서 호들갑스럽게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보니, 노후준비는 곧 경제적 준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준비보다 더 큰 준비는 정서적인 준비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긴 노년을 윤택하게 할 일과 여가 활동의 조화이다.
가족 돌보는 일로, 그리고 돈 버는 일과 직장에서의 승진을 위해 젊은 시절 전 시간을 보낸 50대에게 평균 수명 80세를 고려할 때 은퇴 후 최소한 20년 이상의 삶을 꾸려갈 준비가 경제적 측면만 필요하겠는가?
우선 늙음과 은퇴를 수용할 정서적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고, 늙어가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화려한 정상의 시절은 잠시이고 그 자리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순리이다.
이 단순한 진리는 누구나 알지만 내 문제로 닥칠 때 수용은 어려운 듯하다.
떠밀려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할일을 다 끝낸 당당한 모습으로 바톤을 넘겨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필요하나,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정서적 준비의 출발은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나이들어 감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자연과 접하는 시간을 늘리고, 살아온 날을 회상하면서 마음의 거울을 잘 닦는 것이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이다. 50세가 넘어가면서 특히 남성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관계 지향적 특성을 많이 가진 여성들은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만들지만, 일 중심적 성향이 강한 남성들은 대부분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일과 관련한 관계로 일과의 관계가 끝나면 그 관계는 타인이 되기 십상이다.
내 속 털어놓을 친구 한명 없는 남성들이 주변에 많다. 학교 친구들도 가뭄에 콩 나듯 만나 어디 속내 드러낼 수 있겠나? 주변을 둘러봐도 내 속 알아줄 사람 한명 없다.
나이 들수록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 절정은 은퇴 이후이다. 이 때를 대비한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만큼 중요한 것은 일과 여가 활동의 조화이다. 중년기를 연구해온 하버드대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여가 활동이야말로 중년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게 해주는 최상의 열쇠’라고 했다.
일과 여가 활동의 조화는 당장 중년에 닥치는 정체성 혼란 극복의 열쇠 뿐 아니라 윤택한 노후를 위한 대문 열쇠가 된다.
한국사회에서 여가라는 개념조차 모르고 살아온 50대가 이제 노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에서 벗어난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밀린 잠자는 것과 TV에 시선을 고정하는 게 전부였던 세대들이다.
일의 개념을 재조정해야 한다. 소득만을 고려한 일에서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일로 중심축을 조금씩 이동하면서 노년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여가활동)의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년기 3가지 어려움은 빈곤, 외로움, 소외라고 한다. 당장 삶이 팍팍해서 경제적 준비가 어렵다면 마음만 바꾸면 할 수 있는 정서적, 사회적 준비, 그리고 여가활동은 노년기 어려움 두가지는 해결해 줄 것이다.
쉬운 것부터 준비해보자.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50대 이후 30년을 위해서.


한 옥 자 <수원가족지원센터 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