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5년 단임의 대통령 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임제치고는 너무 짧고, 4년 임기의 국회의원 총선거와는 서로 맞지 않아 선거 시기라도 맞추자는 여론이 있지만, 미래 권력 도전자들 사이의 합의가 없어서 개헌을 하지 못한 채 내년에 다시 5년 단임의 대통령을 뽑을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규정대로 라면 내년 대선일은 12월 2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내년 대선의 후보들도 5년 전 이맘때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다. 물 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잠룡이 그만큼 많으리라는 전망이다. 진보개혁성향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대통령 지지자 중심의 당 사수파와 미래권력 도전자 중심의 통합신당파로 갈라서는 것이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보수안정성향의 제1야당인 한나라당 또한 현재의 3용에서 앞으로 5용이 나올지 10용이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미 두 차례나 대선 패배를 경험하고 은퇴한 이회창씨의 요즘 움직임은 한나라당 내의 새로운 변수로 보인다.
내년 대선의 향방을 한 마디로 점치기는 아직 이른 것이나, 노무현정부를 탄생시킨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 집단과 10년 만에 다시 권력을 되찾자는 보수안정성향의 유권자 집단 간의 경계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은 분명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더 피플’이 발간하는 ‘P&C리포트’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현재, 우리 국민은 보수안정성향의 정부를 선호한다가 48.2%, 진보개혁성향의 정부를 선호한다가 4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근소하게나마 더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안정성향의 후보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후보 자신의 결함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진보개혁 성향의 정부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가 아직도 상당히 높은 것을 볼 때, 지금 분당의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진보개혁진영의 몰락이기보다는 “열린우리당에 부여된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성 상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P&C리포트’의 분석도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내년 선거 최대의 관심 지역은 여느 선거나 마찬가지로 호남과 충청지역의 민심 향방이다. 흔히 87체제 아래서의 대선은 후보에 대한 인기투표라고 말한다.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민주화운동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이 강한 지역이어서 늘 개혁성향의 후보를 선택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그들의 마음을 알기는 어렵다는 충청권은 강한 지역이기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후보가 승리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해석되었다. 충청권의 민심을 잡자면 내년 대선에서도 충청권에 대한 큰 선물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년에도 이 선물의 크기에 따라 표의 집중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내년 대선의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산층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사회 문제, 그 가운데서도 주택 문제와 공교육 문제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이다. 보수안정성향의 유권자들은 경제사회 문제를 더 중시할 것이다. 고유가와 저환율 문제는 높은 경제 성장의 장애물이다. 차기 지도자가 극복해 주기를 바라는 한국 경제의 최대 난제이다. 한편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은 대북 포용정책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이다. 북한과의 평화적인 관계 유지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남북 간에 철로가 이어지고 경제 협력이 보다 더 활성화된다면 북한은 남쪽 경제의 새로운 활로이다. 어떤 성향의 유권자라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북한 측의 태도가 중요하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핵 문제는 복잡하다. 베이징 6자회담이 성공해서 북한이 핵을 페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기간에 남쪽의 지도자가 북한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는 그의 평화공존 철학에 달린 문제이다.
내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되는 중대사이다. 이제부터 국민들의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