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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 왕가끼리 싸웠던 백년전쟁 초기에 영국군은 석궁(石弓)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프랑스군을 격퇴했다. 영국군은 온몸을 철갑으로 무장한 프랑스군이 ‘화살 같은 것을 쏴봐라’ 하는 자세로 돌진해올 때마다 사정거리가 270m나 된 신형 무기 석궁에 길이가 20여cm 되는 퀘렐이라는 화살을 발사해서 철갑을 뚫고 프랑스군을 즉사케 해 사기(士氣)가 충천했다. 영화 ‘람보’에서 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이 나무 뒤에 숨어 소리없이 쏴 위력을 발휘했던 무기의 하나가 석궁이기도 하다.
십자가처럼 교차된 모습을 가졌다 해서 영어로는 크로스바우(crossbow)라 불리는 석궁은 당길 때 가슴, 팔, 허리운동을 겸할 수 있어 레저용 또는 운동용으로도 쓰인다. 석궁의 장점은 소지 허가를 받아 사용하되 영치하지 않으며, 소음이 없어 실내·외 게임 및 사격술 연마용으로 쓸 수 있고, 조작이 간편해 전용 릴을 부착해서 인명구조를 위한 구명줄을 발사하기에 적합하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런데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 대학 교수 김모씨가 항소심을 맡은 박홍우 부장판사를 향해 1월 15일 오후 박 판사의 아파트 입구에서 석궁에 화살을 장전한 채 접근해 두 사람이 엉켜 승강이를 벌이며 다투는 동안 석궁이 박 판사의 배로 발사되는 희귀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 판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한다. 김씨는 체포될 당시 “내가 소송문제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판사를 처단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이 밝혔다.
이슬을 꽃이 머금으면 아름다운 예술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듯이 무기나 운동기구도 용도에 따라 이기(利器)가 되기도 하고 흉기(凶器)가 되기도 한다. 김씨는 재판과 관련해 가슴에 한이 맺혀 있을 수 있지만 법관을 그런 식으로 위협 또는 응징하려 했다면 전 교수 신분에 오점을 남긴 셈이다. 우리 사회에 ‘욱’하는 심리가 만연되고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권위가 붕괴된 ‘깽판’이 조성되지 않기를…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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