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6시경 친구 집에 가기위해 네 살짜리 딸을 차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차의 전조등 불빛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주행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차가 멈춰 서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시동을 다시 걸어 봐도 시동은 커녕 전조등조차 켜지지 않았다. 뒤에서 오던 차들도 갑자기 고속도로 한가운데 3차선에서 차가 서있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차들은 빵~빵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고, 나는 딸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려 보려 했지만, 차 양쪽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들이 너무 무서워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당황하고 무서워 몸이 덜덜 떨렸지만, 잠시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그 때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전광판을 달고 운행하던 도로공사 순찰차를 본 것이 생각나 114를 통해 도로공사(1588-2505)로 전화 했다.
직원의 전화를 끊고 약 10분쯤 지났을까. 내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는데, 멀리서 노란색 차가 경광등을 깜박이며 다가오더니 사이렌과 경광등으로 고속도로의 차들을 피하게 한 후 도로공사 직원 2명이 내렸다. 이 분들은 나와 딸아이를 순찰차로 옮겨 태운 후 내 차를 갓길로 안전하게 옮겨 놓았다. 그리곤 미등도 켜지지 않는 내 차는 너무 위험하다며 보험회사의 견인차가 올 때까지 우릴 순찰차에 탄 채 기다리게 하고 함께 기다려 주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집에서 출발할 때 배터리 점검등이 켜진 것은 보았지만 ‘내일 점검해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어린 딸아이까지 큰 위험에 처하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앞으로는 미리 정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하고 고속도로 주행 시 특히 주의를 해야겠다는 결심과 더불어, 그땐 너무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밤낮없이 고속도로를 순찰하며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준 도로공사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은 희 <인천시 계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