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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만문만화'로 본 근대의 얼굴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는 한국 최초의 만문만화(漫文漫畵 흐트러진 글과 난삽한 그림이라는 뜻) 작가인 석영(夕影) 안석주(1901-1949)의 만문만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1920, 30년대 조선의 모습을 살펴본 책이다.
식민지라는 왜곡된 형태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당시 조선은 서구화와 근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영화와 신학문을 통해 서구의 삶을 동경하던 '모던뽀이'와 '모던껄'들. 그들은 프랑스와 미국의 최신 유행을 동시적으로 접하고 추종하길 갈망한다. 하지만 그들이 걷고 있는 거리는 파리와 뉴욕이 아닌 경성(京城)이다.
지식인이건 못 배운 사람이건, 서민이건 지주이건 간에 조선인들의 삶은 어둡고 팍팍하다. 이혼, 결혼 사기사건, 자살 등이 빈발한다. 월급쟁이들은 보너스만 바라보면서 힘겹게 하루를 견디지만 연말이면 빚쟁이들이 먼저 몰려든다. 스위트홈을 꿈꾸며 문화주택을 지었던 신식 커플은 은행 대부에 집을 잃고 거미줄에 걸린 파리 신세가 된다.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의 삶은 하루하루 계속된다.
'모던뽀이'들은 '모던껄'과 영화를 보기도 하고, '딴스(댄스)'를 즐기기도 하며, 유성기를 들으며 서양과 일본 노래를 부른다. 자동차 드라이브로 한강 인도교에 나가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봄이면 창경원에 밤벚꽃놀이를 간다. 여자들은 황금 '팔뚝시계'며 보석반지, 여우털 목도리 등이 갖고 싶어 애꿎은 사내들을 조른다.
만문만화에 드러난 식민지 조선의 얼굴은 놀랍고 서글프게도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른 장르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잊혀졌던 만문만화를 새로이 발견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으며, 읽어가다보면 예스러운 어투와 표기법들의 낯설음도 금세 사라진다.
신명직 지음. 현실문화연구 刊. 3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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