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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위기담론에 대한 반성

15명의 비평가 꼼꼼한 해석·치밀한 평가 곁들인 첫 비평서
신세대작가 외계인 언어로 난해함만 추구 자폐적 위험 지적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
‘해석과 판단’ 해석공동체 지음
산지니 출판/348쪽, 1만 5천원

한국문학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시각이 문단을 뒤덮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의 저변에는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확대가 가져온 문화지형의 변화와 작품, 비평, 문학제도, 출판자본의 메카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는 한편 90년대 이후에 등장한 신세대작가들로 분류되는 젊은 작가들의 경향성에 대한 우려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학비평가그룹 ‘해석과 판단 해석공동체’는 한국문학의 위기가 사실은 비평의 위기와 다르지 않음을 자각하고 1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문학비평서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을 내놨다.

비평이 제대로 자기기능을 하지도 못하면서, 문학의 위기담론만 무성하게 생산함으로써 자기책임을 창작의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책임전가를 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적 대안모색의 일환이다. 이들은 비평의 위기를 타개하는 실천방안으로 달라진 문학지평에 대한 꼼꼼한 해석과 평가를 통해 매년 비평서를 낼 계획이다. 15명의 비평가가 참여한 이번 작품은 열띤 구두비평 현장의 열기를 담아내는 첫 작업인 셈이다.

1부에서는 2000년대 한국소설의 징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권유리야는 소설에 나타난 냉소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며 냉소가 한낱 포즈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해야 함을 지적한다.

김경연과 이윤정은 여성문학에 나타난 몇가지의 문제점을, 전성욱은 사이버문학 혹은 디지털 글쓰기로 불리우는 호러, 판타지, 추리, 무협 등의 장르문학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비평자들은 지금의 한국문학이 사회적 실천행위의 의미를 점점 상실해 가고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신세대작가군이 끌어안고 있는 대중문화는 대중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문화산업을 위해 대중을 동원하는 기만의 체계임을 지적하며 구조적 문제에 대해 보다 냉철한 시각이 필요함을 지적하다.

2부 시의 징후에서는 김남석이 젊은 시인들의 의식세계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시가 분열되고 천변만화하는 여러 개의 자아들을 하나의 자아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의 소산이었던 반면 최근의 시는 자아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시적 경향이 그 가치를 분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김영주는 젊은 시인들이 언어와 시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소위 ‘외계인의 언어’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곧추세우는 시적 경향에 주목하며 소통을 포기하고 난해함만을 추구한다면 자폐적 위험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지적한다

박대현은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는 난삽·난해한 이미지의 총화다. 그것은 배설하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배설하자마자 휘발해 버리는 시들이다”라며 그들 시에 있어서 주체의 분열은 고통의 견딤이 아니라 분열 속에서 분출되는 동물적 욕망의 즐김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말한다. 이와같은 문제의식은 결국 비평의 문제로 귀결된다. 해석만 있고 평가가 없었던 평단의 나태함이 작금의 위기에 일조했다는 자기반성이다.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문학을 철지난 유행가 가락 쯤으로 치부하는 소설의 경향과 한순간의 지적 유희로 치닫는 시가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새길찾기에 성공하기 위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첫발을 떼는 일군의 비평가들의 노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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