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한나라당 박 근혜 전 대표가 ‘3단계 통일론’을 내놨다. 그의 통일론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 ‘평화 정착’ 단계에서 ‘경제 통일’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정치 통일’로 가자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방을 선택하면 “북한 국민 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밀어준다. 우리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되고 북한이 3천 달러는 되어야 비로소 통일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이른바 ’3.3통일론‘을 주장한 바가 있다. 그들은 똑같이 핵 문제 해결을 원하면서도 직접 대화할 의지는 없는 듯 하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3단계 통일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평화협정의 체결 시점은 언제인가를 묻는 질문에 “섣불리 평화협정을 맺어봤자 하나의 종이 문서에 불과하다면 쓸 데 없는 평화 무드로 오히려 평화를 해칠 수 있다. 북 핵이 완전하게 폐기되고 실질적 평화가 담보될 수 있는 시점이 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 “잘못하면 핵 개발에 자금을 계속 대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만큼 핵 문제가 완전 해결되기 전까지는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국회 환경 노동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5명은 지난 13일, 개성 공단 방문을 마친 뒤 이구동성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특히 홍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번 방문이 한나라당 대북 정책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작년 1월, 한나라당 당헌은 이미 대북 정책을 유화정책으로 바꿨는데 당헌도 제대로 안보는 몇몇 사람들이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것은 엉뚱한 얘기“라는 것이다.
‘2.13합의’에 따라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동결 북한자금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미국 측의 실수(?)가 드러나 한때 관련국들이 초조했던 것은 사실이나 북한 측은 큰 불만 없이 ‘행동 대 행동’의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이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95회 생일)행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바람에 외부의 눈에는 무신경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2.13합의’대로 일련의 조처들을 이행해 나간다면 한반도의 북 핵 위기는 빠른 속도로 해결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대북 정책의 조정을 미적거리고 있다. 두 유력 대선 후보의 입장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통일론에는 북녘 동포에 대한 애정이 빠져 있다.
한나라당은 통일 정책에 관한 한, 전임 대통령들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정희는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노태우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비준한 바가 있다. 이들 두 문서의 공통정신은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 아래 남북화해·남북불가침 및 교류협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김대중과 김정일 간의 ‘6.15공동선언’도 이 정신을 계승·발전시키자는 구체적 합의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의 대북 관련 발언을 보면 이런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함의보다는 상대적 우월감을 앞세워 북 측을 복속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들은 박 전 대표의 ‘3단계 통일론’을 ‘박정희 시절의 반공통일론의 재탕’이라고까지 반박하고 있다.
요즘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는 미국 쪽이 더 적극적이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두뇌집단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최근 부시 행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는 임기 중인 2008년까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한편, 한반도 정전협정을 남·북한과 미국·중국 4자에 의한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5대 평화 체제‘를 꾸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5대 평화체제란 ①비핵화 협정 ②정전협정을 대체할 남·북·미·중 4자 협정 ③북·미 협정 ④북-미 및 4자 협정 체결 전의 과도 조처로 군사적 신뢰 구축 및 병력 재배치와 관련한 남·북-미 3자 협정 ⑤남-북-미-중-일본-러시아가 참가하는 동북아 안보협력기구 창설 관련 6자 협정이다.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의 대북정책은 아직도 반공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엔 ‘남쪽’이 빠져 있다. 남쪽은 북·미간의 교섭을 지켜보고 나서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고도 차기 정권 탈환을 자신할 수 있을까. 미국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선거 때 민주당을 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들은(민주당)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을 탕진해버렸다.” 한나라당은 수십년간의 집권 후유증을 너무 오래 앓고 있는 모양이다. 유권자는 ‘지적 자본’이 결핍된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