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사태가 34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무장세력 간 네번째 대면 접촉이 이르면 21일(현지시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직접 접촉은 탈레반이 지난 16일 3차 접촉 이후 두차례나 연기된 끝에 마련되는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탈레반이 최근 우호적 제스처에서 강경한 태도로 선회한 듯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곧 속개될 4차 접촉은 장기화된 피랍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변함없이 긴장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보다 더 악화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라고 한 발언은 탈레반과의 교섭 과정에 여러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일정한 신뢰관계에 기초해 물밑 접촉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간 현지 대책본부장 역할을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에게 넘겨주고 사흘 전 귀국한 조중표 차관이 같은날 경기도 분당의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방문해“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에 대한 조건에 서로 입장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협상 과정을 거치며 그 간격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해 그간의 교섭이 답보상태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내비쳤다.
아울러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최근 탈레반 수감자의 사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프간 상원 위원장 겸 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탈레반의 `맞교환‘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온 카르자이 대통령이 사면 형식으로 수감 탈레반을 석방토록 허락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이슬람권의 최대 명절인 `라마단’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마단을 앞둔 수감포로 석방도 기대해볼 수 있다.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에 죄수들을 석방하는 것이 이슬람권의 전통이고, 실제로 작년에 이라크정부가 라마단때 죄수 1천여명을 석방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후 사정이 깔려있다보니 우리 대표단과 탈레반과의 4차 대면 접촉은 우려 속에서도 적지않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21일로 잡힌 4차 접촉이 예정대로 실시될지, 아니면 다시 며칠 연기될지 불분명하다. /한형용기자 je8day@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