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갖가지 속설 중 발주게이트와 관련해 ‘최 외곽 게이트 마권은 별 재미를 못본다’는 말이 있다.
특히 1700m 12번 게이트 마권은 버리는 마권과 같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 속설은 속설에 그치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일까.
KRA의 과거 10년간(97~06년) 경주기록을 토대로 발주게이트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답이 나온다.
1번 게이트와 최 외곽 게이트는 거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복승 확률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번과 14번을 배정받은 말을 가상해 경주를 전개하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수학적으론 1번과 14번과의 골인 지점까지 거리차이는 1m 내외로 외면상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계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KRA 한 핸디캡퍼는 이 미미한 차이가 경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보고 있다.
14번마가 1번마를 앞질러 내측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실제로 약 6m(게이트 영향에 의한 거리 약 1m+재결이 정한 추월을 위한 안전거리 5m)를 더 내달려야 한다. 여기에서 오는 체력소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코너를 돌게 될 경우 내측보다 1m만 밖으로 더 나가서 코너를 돌게 되면 내측 마필보다 이론상 약 3m(3코너와 4코너를 돌 경우)를 더 뛰게 된다. 추월을 위한 체력 소진과 함께 안쪽을 차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거리까지 합친다면 상당한 거리를 더 달려야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기수들의 심리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대개 외곽 게이트를 배정받은 기수들은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선행마는 출발과 동시에 안쪽 자리를 차지하고 경주를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은 더 하다고 한다. 외곽 게이트 중 1700m 12번 게이트가 유독 불리한 이유는 경주시작 후 직선거리(약 175m)가 가장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불리한 조건에도 통계상으론 12번 게이트의 말이 1착을 못하는 확률이 3.2%로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12번 게이트만 놓고 보면 1착 확률이 낮은 경주거리는 1000m(2.7%)였다. 경마팬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거리경주든지 13번, 14번 게이트가 12번 게이트보다 복승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마팬들은 속설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철저한 분석을 통한 배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