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열심히 노력해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고 세계기록에도 도전하겠습니다.”
제8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수원시청 소속 채용기(30) 선수.
채용기는 이번 전국체육대회 역도 남자 일반부 85㎏급 인상에서 161㎏을 들어 올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용상과 합계에서 170㎏, 331㎏에 그치며 각각 11, 6위에 머물렀지만 부상으로 인한 2년여 간의 공백 기간을 감안할 때 한국 역도계의 거목으로 자리잡았던 그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각종 운동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던 채용기는 용인 송정중 1학년 때 역도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운동을 시작한지 채 1년이 되기전 도내 역도선수권대회 남중부 40㎏급에서 3관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또 1996년 강원도에서 열린 제7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학생 신기록을 들어올려 한국 남자역도의 차세대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타 선수에 비해 순발력과 근력이 뛰어난 그는 2003년 전국역도선수권 남자 94㎏급 인상에서 한국 신기록 2개를 잇따라 작성한 뒤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역도 국가대표 선발전 인상에서 175㎏을 들어올리며 또 한번 한국신기록(종전 172.5㎏)을 경신, 한국 남자 역도 인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장기간 방치해둔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이 악화되며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끝으로 바벨을 잡을 수 없게 됐다. 치료차 일본까지 건너갔지만 확실히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어 수술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쉬움과 좌절의 연속으로 절망감에 빠진 채용기는 1년여간 수원중에서 후배 양성에 힘을 쏟으며 지도자의 길을 생각했다.
하지만 역도에 대한 열정과 애착,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운동을 중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어 다시금 바벨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12월 2년여 만에 바벨을 다시 잡은 채용기는 꾸준한 체력 단련으로 근력을 키워왔다. 특히 무릎 부상으로 인한 하체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 상체 근력 강화에 집중했고, 지난 6월 전국선수권대회 85㎏급 인상과 합계에서 각각 160㎏, 340㎏을 들어 올리며 2개의 금메달을 따내 자신감을 회복했다.
수원시청 윤석천 감독은 “인상에서 받는 자세가 타 선수에 비해 탁월하다. 하체 근력만 보강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를 이룬 뒤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채용기는 “시와 시체육회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딜 수 있었다”며 “내년 한국 신기록을 경신한 뒤 세계기록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