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똑바로 전달해 잘못하면 깨뜨릴 뻔 했잖아” “무슨 소리야. 받는 사람이 제대로 받아야지”
주말인 18일 과천시 과천동 비닐하우스 밀집촌.
얼핏 봐 30여명은 넘어 보이는 한 무리가 한줄 내지 두 줄로 늘어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혈혈단신 의탁할 지하셋방 조차 얻을 전셋돈이 없어 허름한 비닐하우스에서 겨우 연명하는 홀몸노인들의 겨우살이용 연탄을 장만해주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자리에는 자유총연맹 과천시지부, 청소년봉사단 ‘나누미’, SK(주)1004봉사단 등 3개 단체에서 40명이 참여했다.
관내 고교와 과천에 거주하면서 서울 상문고교에 진학한 2학년생들로 구성된 ‘나누미’는 지난달 수업이 없는 토요일 중앙공원에서 바자회를 열어 모은 성금으로 연탄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이날 몸소 봉사활동에 나섰다.
기온이 뚝 떨어져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 끝이 매서웠으나 이들은 추위도 아랑곳 않았다.
이날 전달된 3천800장의 연탄 수혜자는 과천동과 주암동 두 곳 합해 14명.
어쩌면 하루해가 모자랄 지도 모를 일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작업이 1시간쯤 지나자 누군가 입에서 “어이 좀 쉬었다 하지”란 말이 나왔고 “저 사람 어제 술이 과했나보군”이란 맞대꾸에 웃음보가 터진다.
한편에선 학생들을 따라온 어머니들이 점심을 장만하느라 분주하다.
잠시도 쉴 틈 없이 강행군한 덕분에 연탄배달이 끝날 무렵인 오후 4시 30분께 그때까지 용케 참아줬던 비가 이들의 어깨 위로 한 두 방울 떨어졌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주위는 벌써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오승엽(상문고)군은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어르신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도 때지 못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며 “내년에도 수능시험이 끝나면 꼭 참여하겠다”고 했다.
자유총연맹 문원동 위원장인 오오석(62)씨는 “과천은 잘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으나 주변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따뜻한 손길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연탄 500장을 전달받은 김모(72)할머니는 “그렇지 않아도 올 겨울이 걱정이었는데 정말 고맙다”며 깊게 패인 주름살을 폈다.
이날 과천동과 주암동 들판은 을씨년스런 날씨와는 달리 이웃사랑과 온정이 하루 종일 넘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