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신문 지상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도덕적 해이’ 현상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도덕적해이(Moral hazard)’는 원래 보험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사고가 나도 보험사에서 다 보상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일부 보험가입자들의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보험회사 뿐 아니라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는 점입니다. 보험회사들은 운전자들이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 한다고 가정하고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가입자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빈발하게 될 경우 예상보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불성실한 가입자 뿐만 아니라 성실한 무사고 운전자들까지도 애꿎은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단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연말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해 왔다면, 그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국가예산이 낭비된 것은 물론 다른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경제주체들 간에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들이 운전자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감시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운전을 하고 다니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국민의 입장에서도 공무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세세한 내용까지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보험사와 운전자간, 국민과 공무원간에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회사는 보험 계약시 평소 교통법규 위반 실적이나 과거 사고경력 등을 보험료에 반영하거나, 음주운전과 같은 범법행위로 인한 사고를 배상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국민들의 공무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강화시키거나 공무원 봉급에 성과급 요소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이정연 과장·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