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만큼 찬반양론이 팽팽한 주제도 드물다. 인권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반대론이 다수이긴 하지만 교육 목적상 체벌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사람도 적잖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알몸 체벌’ 사건은 몸서리처질 정도로 충격적이다. 어떻게 혹한의 맹추위에 다섯 살배기 아이를 맨몸으로 내쫒아 세워 둘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 속 아이는 어린이집 2층 비상계단 난간에서 거의 알몸인 채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철문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어 방황하는 고아처럼….
추위와 공포에 떨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같은 부모 입장에서 분노와 절망감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의 어린이 학대 사건은 어제오늘 있는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01년 4,133건에서 2006년 8,903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혼 등으로 해체된 가정이나 빈곤가정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지만, 어린이집이나 놀이방과 같은 보육시설에서도 적잖게 발생한다고 한다. 맞벌이로 아이를 부득이 이런 시설에 맡겨 야만 하는 대부분의 부모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이 잊혀질만하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아동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부족 탓도 있지만, 이런 사건의 발생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의 취약성에도 큰 원인이 있다.
예컨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경우 일 년에 한 차례라도 아동 인권관련 통합 교육과정이 있다면 적어도 이들 시설에서 만큼은 어린이 학대가 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 해 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유사 아동학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흥분했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전처를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시설의 관리 감독 과정을 더욱더 철저히 하는 감시 시스템 확대든 아동학대 방지체계의 전반적이고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든 누구나 우리의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