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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탐방]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파주 임진각으로 가는 길목, 그곳에 위치한 통일동산으로 향하다 보면 특이한 마을하나가 있다.

이는 마을을 이루고 있는 시설 모두가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볼까.

박물관, 갤러리, 공방, 서점, 집필실, 문학관, 음악홀, 음악감상실, 영화촬영소, 연극관.

도대체 이곳은 어떤 곳일까. 마을의 이름은 ‘헤이리 아트밸리’.

이곳에서 첫 번째로 문을 연 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 가면 악기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9월에 개관한 파주 헤이리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선 신기한 생김새의 악기들을 구경할 수 있기에 학교숙제를 위해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영진 관장(50)은 젊은 시절에 외국으로 나갔다가 재미삼아 수집하게 된 악기들로 인해 박물관을 건립하게 됐다.

이곳에선 콩고, 파푸아 뉴기니아 등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수집한 악기 2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을 비롯해 중동·중앙아시아, 동북아·서남아·동남아시아, 호주, 남태평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7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400~500점 정도의 악기를 교대로 전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연중 10회 정도 악기와 관련된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알음알음 소개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나무통에 가죽을 씌워 만든 북인데도 여러 종류가 있다. 서로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악기를 보면 이것도 악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희한하게 생긴 물건이 ‘악기인가?’ 하는 의문도 품게 한다.

뱀 가죽을 비롯해 고양이가죽 등으로 만든 ‘북’을 비롯해 ‘티베트’에서 수집해온 사람 무릎뼈로 만든 ‘피리’ 등이 그것이다.

문명이 시작되던 초기의 악기들은 돌, 가죽, 나무, 동물의 뼈 등 무엇이든 충격이나 진동을 주면 소리가 나는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이같은 악기들은 단단한 물체를 막대기로 때려 소리를 내고, 가죽이나 나무로 속이 빈 통을 만들어 두드리고, 얇은 활을 긁어서 울리도록 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악기가 있다.

다갈색의 속이 빈 토고 씨앗을 다발로 엮은 것은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쓰이는 악기로, ‘토고시드래틀’이라 불린다.

바로 노래하거나 춤출 때 허리에 묶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악기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연상케한다.

아프리카에선 래틀 종류의 악기가 단지 음악을 즐기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주술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악기들을 보면 흔들어서 빠르고 요란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무당이 신을 불러내기 위해 쓰는 방울과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뱀이 똬리를 튼 모양을 한 ‘와지라푸코’는 동물의 뼈를 이어 만든 페루의 악기로, 고대 잉카에서 땅의 여신으로 섬기는 파차마마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여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

콩고의 ‘리켐베’는 좀 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언뜻 보면 어떻게 연주하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운 악기로, 나무로 만든 통에 여러 개의 길이가 다른 금속판을 일렬로 붙여 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악기에서 금속판들은 조금씩 위로 구부러져 있는데 손으로 금속판을 진동시켜 나무통이 울려 소리를 낸다.

특히 여러 개의 높이가 다른 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피아노의 원리와도 비슷하며,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영어식으로는 ‘엄지손가락 피아노(Thumb Piano)’라고 불리기도 해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와 남미 악기 전시부스를 지나 유럽 악기들쪽으로 가보자.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악기가 하나 있다.

몸통은 바이올린처럼 생겼는데, 건반이 달린 신기한 생김새의 악기는 ‘테케로’라고 불린다.이 악기는 헝가리에서 17세기부터 연주된 것으로, 아래에는 오르골 태엽처럼 생긴 손잡이까지 달려 있는데, 왼손으로 그것을 돌리면서 오른손으로 건반을 눌러서 연주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세계에서 온 악기들이 있다.

말이 필요없는 곳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음악이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한편,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오는 31일 오후 4시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에서 ‘헤이리쿰바야 봄 연주회’을 갖는다.

서아프리카의 북인 ‘젬베’(Djembe 서구와 아프리카에서는 제일 잘 알려진 악기)를 70명이 연주하는 이국적인 무대로, 관람료는 무료다.

이 관장은 이들의 밥값을 지원해주기가 어려워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말도 전했다. 적당한 기대를 품고 파주 헤이리아트밸리내에 위치한 이 박물관을 찾는 일은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추억거리는 각자 만들어갈 것을 주문해둔다. 특히 연인들에게 고함.

■ 홈페이지 : www.e-musictour.com

■ 관람시간 :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학생 4천원, 일반 5천원, 단체 3천원.

■ 위치 : 파주시 통일동산 내 헤이리 아트밸리

문의)031-946-9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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