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탁구 영웅’ 유남규(40)와 ‘탁구여왕’ 현정화(39)가 위기에 빠진 한국 탁구를 구할 ‘소방수’로 나설까.
회장파와 반대파가 첨예하게 대립하다 극적인 타협으로 합의점을 도출한 대한탁구협회가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재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해까지 남녀팀을 이끌었던 유남규와 현정화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탁구협회는 10일 오후 5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회장파-반대파 합동 대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지난 달 반대파가 주도한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당했던 천영석 회장 불신임안을 무효화한 뒤 천 회장이 스스로 퇴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 때 여자 대표팀의 한국 단체전 출전 사상 첫 우승 쾌거를 지휘했던 ‘탁구 대부’ 천 회장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집행부는 양측 합의에 따라 집행부를 5대 5 비율로 구성하되 새 회장은 추대위원회를 통해 영입하기로 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대표팀 코치진을 어떻게 꾸릴지 여부다.
화합 정신에 따라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양측에 제시한 5대 5 동수로 맞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장파로 분류됐던 현 코치진 중 서상길 남자팀 감독과 김형석 여자팀 코치는 잔류하고 주종환 남자팀 코치와 윤길중 여자팀 감독은 대표팀에서 빠지기로 했다.
나머지 2명은 새로운 인물로 채워진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새 코치진 후보로는 유남규, 현정화 전 남녀 대표팀 감독이 유력하다.
유남규, 현정화 전 감독은 지난해 12월 동반 사퇴하기 전까지 남녀 대표팀 사령탑을 2년 7개월 동안 맡았다.
현재 대표팀 멤버인 유승민(삼성생명), 오상은(KT&G), 윤재영(상무), 여자 에이스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세계 최강 중국의 약점도 파악하고 있다는 게 유남규, 현정화 전 감독의 강점이다.
실제로 1988년 서울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던 유남규 전 남자팀 감독은 유승민 조련에 공을 들였고 현정화 전 여자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코치로 감독이던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호흡을 맞춰 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과 단식 동메달(김경아) 획득에 기여했다.
스타 플레이어로 누렸던 혜택을 한국 탁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신 봉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유남규, 현정화 전 감독이 ‘백의종군’의 자세로 대표팀에 복귀해 유승민의 올림픽 2연패 목표와 은퇴를 앞둔 김경아의 마지막 도전을 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