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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 <59> 박복규 의 예술세계

고독과 향수, 바다에 띄우다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랐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흰 발톱에 찢긴

가까스로 몰아다 붙이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앨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희동그라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연잎인 양 오므라들고....... 펴고........

정지용의 〈바다〉에서

요즘 우리나라의 날씨는 한창 여름인지라 더울 뿐만 아니라 습하고 비가 잦은 것 같다. 일기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피서 날짜를 잡아 바다에 가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계곡이나 바다로 떠나는데 특히 시원한 바다 바람과 물결치는 파도는 신이 주신 귀한 선물임에 분명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 속을 주제로 40여 년 이상 그림을 그려온 박복규의 그림은 감상자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바다 속은 뭍의 세계와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런데 산이나 바다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은 많지만 바다 속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화가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바다 속을 관광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데도 그걸 그리는 화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박복규는 쪽물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많은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가며 예술적, 회화적인 측면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쪽물은 우리의 고유함을 지닌 순수하고 귀중한 자연의 산물이다. 또한 박복규는 쪽물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 대한 대단한 집념을 갖고 있으므로 그를 떠올리면 해저가 연상된다.

필자는 박복규의, 바다 속이라는 테마에 대한 신선함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쪽물에 관한 해박함, 그리고 본래 지니고 있는 대단한 회화적인 테크네 등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져왔었다.

그의 지인들은 그가 인체나 산 등을 그리는 자연주의적 구상 작업을 했더라도 대단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주의적 구상 작업 역시 진부한 그림이 아니기에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복규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해저 시리즈의 가치는 훨씬 더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박복규의 작품에는 어떤 면에서 보면 잘 팔릴 만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그림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박복규의 작품에는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진지함 그 이상의 것이 담겨져 있다.

그가 그리는 바다나 바다 속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본성을 환기시키는 경고성을 지닌 바다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박복규의 바다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미묘함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때로는 푸른 빛 영롱한 바다가 아닌 회색 톤의 바다를 그리는가 하면, 우리 마음에 부담감 내지는 중량감을 주는 묵직한 색감의 바다를 그리기도 한다.

또한 한지를 사용하여 물고기나 전통 해녀복을 제작하고 거기에 쪽물을 다양하게 들이기도 한다. 이는 바다를 통해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이미지를 담고자 한 것이라 하겠다. 그가 전통적인 쪽물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것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소중함을 극대화시키고자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전통염색 재료인 쪽물은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고 발전적으로 변모시켰으며, 이는 그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해저 시리즈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평면 그림뿐만 아니라 쪽배나 해녀복 등 오브제를 사용하기도 하는 박복규의 예술세계는 자연에 대한 경고성의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울 때도 있다.

작가에 의해 계획된, 2차원의 세계와 3차원의 세계가 함께 자아내는 해저의 공간감과 색감은 가히 환상적이고 신비스럽다. 목선의 잔해, 신안 앞 바다의 유물, 잠수부들의 머구리, 쪽물들인 해녀복 등의 인간의 부산물들은 물 자체로서의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바다라는 자연의 본성과 어울려 바다 속 미지의 세계에 대한 미묘한 감흥과 호기심을 선사한다.

또한 그는 마치 바다의 생명과 기운을 옮겨오듯 쪽물을 풀어 보이기도 하고, 바다의 부표를 설치 식으로 펼쳐 보이기도 하며, 너무 낡아서 곧 부서질 것만 같은 허름한 노를 전시장에 옮겨 놓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해저의 신비와 환상을, 작가의 타고난 감각적 본능과 치밀한 상상력에 의존하여, 촉각적이면서도 명료한 상징적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자연의 소중함과 시간의 소중함, 생명의 노래가 박복규의 작품에 한처럼 얽혀있는 것이다.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자 끝없이 펼쳐지는 미지의 바다를 작은 공간에 선보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바다의 환영과 신비스러움, 자극적인 에너지, 신체적인 촉감과 감흥이 흐른다. 이는 자아의 극적인 표현 및 꿈과 기억, 바다라는 시적 카타르시스와 자연의 본성에 대한 감성적 교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박복규의 작품은 서구의 자연주의적 바다나 초현실주의적 바다가 아닌, 쪽물이 드리워진 우리의 바다와 바다 속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의 심연의 감성을 이루는 근본적인 모티브이자 예술적인 원인자라 할 수 있는 쪽물은 우리의 정서를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바다 속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우리는 박복규의 깊은 해저를 통해서 현대인의 고독한 삶이 그리워하는 마음의 향수를 확인할 수 있다.

 

약 력
   
▲ 작가 박복규
● 1946년 광주출생
● 조선대학교 미술과 졸업(1966~1973)
●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1976~1978)
● 미국 Stetson University 해외파견 연구교수(1993~1994)
● 영국 University Southampton, Winchester School of Art
  연구교수(2006~2007)
● 개인발표전 13회 (Seoul, Gwang ju, Virginia, Florida, New York, Winchester 등)
● 기타그룹전 및 초대전 400여회 출품
●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역임
●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교육대학원장 역임
● 現 성신여자 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조선대학교 미술관, 신천지미술관, 성신여자대학교 미술관, 무역센터 Asem, 한일스포츠, 동원산업, Stetson University Museum, Deland Museum, 뉴욕미영사관, University Southampton Museum, Winchester Gallery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