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과천시 중앙동 내점길 굴다리를 지나는 행인들은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멎추고 굴다리에 새겨진 벽화에 정신을 빼앗긴다.
네모난 타일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벽화엔 엄마와 자녀가 식탁에 앉아 차 한 잔을 놓고 정다운 얘기를 오순도순 주고받는 장면과 온 가족이 서울대공원 나들이에 나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마치 어린이들의 그림그리기 대회를 구경하는 듯하고 화가들의 작품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에 빠뜨리게 한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과천에서 아름다운 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내점길 굴다리가 화려한 변신을 했다.
과천시청과 부림동 단독주택을 잇는 관문로 밑을 관통하는 굴다리는 오래전부터 관악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주요 통로로 애용해왔다.
주변 정취가 아름다운 이곳은 그러나 어둡고 칙칙한 굴다리로 인해 통행인들에게 유쾌한 감정을 주지 못했으나 중앙동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손에 의해 ‘캔버스 밖 상상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들 단체들은 시가 공모한 ‘2008년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에 당선돼 아름다운 길 만들기 사업에 착수, 이날 준공했다.
굴다리 양 쪽 벽면은 중앙동 주민들의 그림과 글귀, 사진, 일기, 신문스크랩 등 다양한 종류의 주민 작품 163점이 타일형태로 만들어 전시했다.
준공식장에서 여인국 시장은 “도심 속 작은 공간을 주민 간 소통의 장소로 활용한 것은 주민자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극찬했다.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 최길순 위원장도 “내점길 굴다리가 통행로가 아닌 시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만족감과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게 돼 기쁘다”고 했다.
두 딸의 작품을 전시한 이지연(35)씨는 “아이들이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자랄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