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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모를 선행 실천한 천사 지팡이

윤병희 과천署 내손지구대 경사
아들 가출로 홀로 손자·녀 키우는 할머니 사연 도움
사비를 털어 수시로 생필품과 명절에 송편 등 전달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니 정말 부담스럽네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요. 나보다 더 좋은 일 한 사람도 많을 텐데…”

남모르게 이웃돕기를 해온 과천경찰서 내손지구대 윤병희(47) 경사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나 같은 사람이 어디 신문지면에 오를 화젯거리가 되느냐는 거다.

그의 선행은 한 알의 밀알이 시작한 작은 나눔이나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었다.

윤 경사는 지난 2002년 자신의 자택 부근인 재래식시장 입구 약국 앞에서 시금치와 고사리, 쪽파를 파는 할머니한테 가끔 반찬거리를 구입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자리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1~2학년에 다닐까 싶을 정도의 사내와 여자아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나 싶어 시장통 사람에게 물어물어 집을 알아낸 뒤 퇴근 후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고 오랜 병고 끝에 몸져누운 할머니로부터 들은 삶은 신산했다.

“6.25 전쟁 월남 시 남편의 사망과 홀몸으로 키운 아들이 며느리 사망충격으로 가출한 뒤 어린 손자 손녀를 데리고 행상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산다는 얘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는 이튿날부터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할머니 댁에 수시로 생필품을 사다 날랐다.

명절 때면 직접 만든 송편을 전달하고 떡국도 끓어드리고. 이 일은 작년 할머니가 사망 후 딴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서로가 연락이 닿지 않을 때까지 이어졌다.

윤 경사는 거동이 불편한 김모 할아버지(80·의왕시 학의동)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돌보고 있다.

자신은 심장과 위암 수술로 기력이 쇄했고 9년 연하인 부인도 간이식, 우울증에 시달려 생계수단인 양봉업을 놓은 지 오래다.

이 가정에도 그는 온정의 손길을 뻗어 박봉에도 불구, 사비를 털어 생필품을 나르고 있다.

이런 선행은 그 자신 전혀 내색 않았으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그가 다니는 체육관의 동호인들이 아름아름 알고 자체 게시판과 청와대 민원실에 편지를 보내 보건복지가족부를 통해 알려졌다.

그간 맞선을 여러 차례 보았으나 부모 모시기를 꺼려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할 정도로 효심이 대단한 윤 경사는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보면 마치 굴곡진 삶을 살아온 부모님을 대하는 듯 남의 일 같지 않아 관심을 가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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