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말의 안장이 신분에 따라 재질과 문양이 달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조선시대 안장들은 대부분 나무와 천 혹은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나 상어가죽을 사용한 사어피(沙魚皮)는 내구성으로 지금까지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 많다. 청빈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마구의 사치를 금하기 위해 신분에 따라 안장의 재질을 제한했다.
당시 법전인 ‘경국대전’에 의하면 사어피 안장은 정3품 당상관 이상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어가죽과 같이 사용된 재료 외에 귀한 안장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문양이다. 마사박물관에 소장된 안장 중엔 양반들이 좋아했던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가 새겨진 것도 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지체 높은 왕자님이 사용했던 것임을 알려주는 황금빛 기린문양의 검은색 안장이다.
당시 용처럼 상상으로 만들어낸 기린은 말의 몸에 날개가 있고, 입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기린문 안장은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 1897∼1971)공이 사용했다.
나무틀에 면포를 씌우고 그 위에 다시 흑칠을 했으며 앞가리개 부분에 사슴뿔을 사용하여 상감기법으로 기린문과 만(卍자)문을 새겨 넣었다. 기린의 몸체 부분에는 금분을 입혔으나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기린문 안장은 같이 사용했던 한 쌍의 발걸이 역시 단아한 형태이나 바닥부터 끈을 연결하는 고리 부분까지 당초문을 가늘게 새긴 후 은을 넣는 상감기법을 사용해 은근한 멋을 뽐내고 있다.
(출처/KRA 한국마사회 마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