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역사를 쫓아가다보면 종착역은 아사히 펜탁스다.
지난 1952년 일본 최초의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인 아사히 플렉스를 만든 후 세계 최초란 수식어를 입에 달고 산 아사히광학은 카메라 발전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프랑스 무대 디자이너이며 미술가였던 L.J.M. 다게르가 카메라 발명 이후 프랑스와 영국, 독일이 40년 주기로 세계 카메라시장을 석권했으나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일본이 50년 넘게 1인자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도 아사히의 공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천에 소재한 한국카메라박물관(관장 김종세)이 카메라 발명 170주년을 기념한 ‘펜탁스 카메라 특별전’을 다음달 8일까지 열고 있다.
매서운 한파가 한풀 꺾인 지난 18일 주말을 맞아 나들이객들이 심심찮게 박물관을 찾아들었다. 1층 군용카메라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본 관람객들은 펜탁스가 전시된 지하 1층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열된 물품은 제작연도가 1952년부터 2007년까지의 카메라 70대와 교환렌즈, 부속품 등 170여점. 입구에 들어서면 직경 20㎝의 600㎜ 대형망원렌즈가 우선 눈길이 사로잡는다.
1952년 아사히가 일본 최초로 만든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인 ‘아사히 플렉스1’ 은 모형만이 전시돼 있어 다소간 아쉬움을 준다.
지금도 박물관 소장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김 관장의 귀띔을 뒤로하고 몇 발작 옮기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매했다는 ‘플랙스1a’(1953년산)와 모델이 똑같은 ‘타워 26’을 만난다.
지금 카메라와 견줘도 디자인이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모습에 혹했다가도 도대체 이런 진기한 물건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을까는 부러움도 든다.
제품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큐레이터의 나직한 목소리만이 전시장의 정적을 깨는 가운데 천금을 주고도 못사는 이들 귀한 카메라를 접한 마니아들은 입맛을 다시고 침을 꿀꺽 삼킨다.
세계 최초란 훈장을 단 카메라도 한켠에 자리 잡고 나를 봐 달라고 재촉한다.
1954년 반사거울이 자동으로 복귀하는 장치를 단 ‘ASAHIFLEX IIB’와 세계최초 조리개 우선 AE 시스템을 갖췄고 일안 리플렉스용 표준렌즈에 SMC(다층 반사방지 코팅)를 채용한 ‘Pentax ES’ 등등.
이날 박물관을 찾은 김인식(55· 강남구 대치동)씨는 “세계적으로 진기한 카메라를 한자리에서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잠자리에 들면 천장이 온통 카메라로 뒤덮일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관장은 “펜탁스 특별전에 이어 연내 목재 카메라 특별전과 이안카메라 특별전을 개최해 카메라 발명 170주년을 의미를 되새겨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