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산업은 생산 제품의 수요가 포화되어 성숙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 품질의 발달 속도가 빨라 제품 성능이 고객이 원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컴퓨터를 예로 보면, 높은 사양의 게임을 즐기는 소수의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컴퓨터 속도가 느려서 불만인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저장 용량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을 넘어선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너무 많다.
산업의 일반적인 환경에서 후발기업도 선도자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도자 우위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제품의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승부에서 이기기 어렵다.
마케팅, 디자인, 사업모델 등 비 생산적인 면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어느 곳에서 경쟁자가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창조적 혁신이 나타나는 상황을 이해하면 기업에서 어떻게 창조적 경영혁신에 성공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경영혁신 패러다임도 실행 중심에서 창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창조성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획이나 실행, 지원 등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가령 기획 단계에서는, 일의 결과는 강하게 요구하되 실행 과정의 계획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목표 달성에 대한 압력이 없이 너무 풀어주어도 일을 제대로 안하고, 너무 강하게 조여도 탈진(Burn-out)하여 생각을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행 단계에 있어서도 압력이나 관리의 최적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초기에는 압력을 많이 주지 말고 자율성에 맡기다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압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
즉 일의 결과를 너무 조급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하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결과에 대한 압박을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돈을 아끼지 말고 풍부하게 부여하지만 사업화가 시작되면 예산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떠한 과제를 수행할 때 서로 다른 분야의 담당자들로 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영역의 논리나 법칙이 결합되어 창조적 혁신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기부여 방식도 ‘실행’ 중심의 활동에는 금전 보상 등 외적 보상이 효과적이지만 ‘창조’ 중심의 활동은 일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적 경영혁신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던 한국전기초자(주)가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다.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 전문기업인 한국전기초자는 2002년 이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400억원을 넘던 매출액이 작년에는 2,400억원 대로 하락,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또 작년과 올 상반기말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공장을 매각하고 패널 생산 라인을 계속 중단하고 있으며,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전기초자는 성숙기 산업을 넘어서 사양 산업에 속해 있다.
아무리 브라운관의 품질이 좋아져도 TV가 디지털화되고 LC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로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계속되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제품의 품질개선이나 원가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어 한발 앞서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창조해 내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 조직을 만들거나 창조적 경영혁신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심층적인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창조적 경영혁신을 위해 단순히 혁신과 관련된 방법만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경영시스템도 이에 맞추어 연계시켜야 한다.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 리더십, 성과 관리, 보상 등 모든 영역이 연계되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 과거의 것을 파괴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경영혁신은 주로 과거를 거부, 파괴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를 파괴할 줄 알아야 한다. ‘경쟁사보다 먼저 실행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경쟁사와 다르게 창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조를 위해서는 과거의 경영 시스템 전체를 파괴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