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외국어고등학교(용인외고)는 지난 3월말 경기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2010학년도 신입생 전형방안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한 입시 전형방안의 핵심은 지역의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 우수자 30%를 우선 선발’ 한다는 조항이었다.
이는 지역 안에 외고가 있어도 타지역 신입생에 밀려 지역 학생이 입학하지 못하는 폐단을 제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지역 인재를 육성한다는 용인시민의 간절한 여망과 이를 수용한 용인외고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양측은 매사는 튼튼이라는데 공감하고 ‘지역할당 특별전형’의 지원 자격을 ‘주민등록등본 상 부모와 함께 1년 이상 용인시에 거주하면서 관내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규정한 협약까지 맺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용인시는 시민의 세금 수백억 원을 외고 설립 비용으로 쾌척함으로써 반대급부의 미덕을 실천했다.
그런데 피차에 주고 받았던 덕담의 침도 마르기 전에 용인외고 측이 용인시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지역할당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을 ‘용인시 지역에 거주하면서 관내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고쳐버렸다. ‘부모와 함께 1년 이상’이라는 가장 엄격한 조항이 빠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용인외고를 지망하는 타지역 학생들은 주민등록 따위는 따질 것도 없이 용인 관내 중학교에 아무 때나 전학하면 응시자격을 얻게 되는 반면에, 비싼 대가를 치러가며 간신히 확보했던 용인지역 학생들의 30% 우선 선발 지역할당제는 휴지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손쉽게 뒤집은 약속은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 언제 그랬드냐는 식으로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서 지켜 보기로 하지만 지금까지의 용인외고 처사는 매우 부적절했다.
우선 학교 설립 당시 용인시와 학교측이 맺은 지역할당제 협약은 단순히 기관 대 기관 간의 협약이 아니라 84만 용인시민과 용인외고라는 교육기관 간의 공개 약속이었다. 때문에 시민들은 수백억 원의 학교 설립기금 부담을 마다하지 않았고, 시 또한 용인외고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모든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용인외고가 당초의 약속을 파기한다면 경영 측면에선 득이 될지 모르지만 학교의 이미지 관리와 신뢰성 면에서는 큰 손실을 볼 것이 자명하다.
이제 용인외고가 선택할 길은 하나 뿐이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고 나감으로써 용인시민으로부터 비난받는 학교가 되던지, 아니면 당초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내려 존경받는 학원으로 오래 남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