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4번째 ‘어버이 날’이다. 한 평생 힘겹게 살아온 이 땅의 어버이들로서는 1년에 단 한 번 맞는 날이니까 마땅히 반가워야 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자식 둔 부모로서 보람을 느끼는 날이 되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조만간 노인 천지가 될지 모를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알맹이가 있던 없던 어버이 날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버이 날은 미국의 한 소녀의 애틋한 어머니 사랑이 계기가 돼 생겨났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가 어머니와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하늘처럼 믿고 사랑하던 어머니가 죽자 안나는 장례식을 치르고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 꽃을 묘소 둘레에 심었다. 안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고 교회에 갔다. 교회 집사들이 그 연유를 묻자 “어머니 산소에 있는 카네이션과 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듬해 안나는 붉은 카네이션과 흰 카네이션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와 어머니가 살아계신 사람에게는 붉은 카네이션을, 어머니가 돌아가신 분에게는 흰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이후 안나의 어머니 사랑에 감동받아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이 시작되고 마침내 1904년 시애틀에서 어머니 날 행사가 열렸고, 1913년에는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하면서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정하였는데 1972년 명칭을 ‘어버이 날’로 바꾸고,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포함한 어른을 공경하는 날로 정한 것이다. 효는 백행(百行)의 본이라 하였다. 옛말에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는데 젊은이들로서는 마음은 있어도 물질이 따르지 않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한 소녀에 의해 전 세계로 전파된 ‘어버이 날’이 더 이상 퇴색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