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했더니 어느덧 여름이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손쉽고 편한 컴퓨터 세상을 못 보고 죽은 옛날사람들이 불쌍하다고도 말한다. 오직 즐겁고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며 살아온 우리들의 일상이 오직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벌레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변변한 자원을 가진게 없는 태생적으로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자원 없는 가난한 나라가 오늘 같은 세계10위권의 경제적 산업국가로 도약한 경우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오직 뼈 빠지게 일해서 이만큼의 자리까지 왔다. 일한 만큼 인간다운 삶의 안락함을 얻어야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앞 뒤 가늠할 사이 없이 오직 일만 하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절로 맥이 빠지고 허탈함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고 사망률이 OECD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산업국가로 도약함에 비해 또 다른 한쪽의 안락함을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다. 어린이 사고의 대부분은 자동차 사고다. 학교 주변도로에서의 제한속도를 무시한 어른들의 그릇된 사고방식 때문이다. 경찰의 단속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우리가 정한 규칙을 바쁘다는 핑계로 지키지 않으니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 사고만이 문제는 아니다. 삶의 질과 관련된 각종 지표는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대부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시간이 가장 적은 것은 일에 대한 특유의 성실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면 결국 우리는 일벌레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밤잠 설쳐가며 죽을둥 살둥 일을 하고도 만족을 얻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물질의 풍요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이 충족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상위 국가에 속해 있다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다. 2만 불 시대에서 4만 불 시대를 외치고 있다 해서 삶의 질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사는 삶이 아름답고 훌륭한 삶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단체는 물론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적 관심을 모아야 한다. 돈벌이 보다 중요한 것이 가정과 가족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