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정시민연대가 유엔이 선언한 세계가정의 해 10주년을 맞아 부정적인 가정 용어 15개를 선정, 개선하자고 제안한 것이 2004년 4월 27일이었다. 먼저 개선해야할 가정관련 용어로는 불우이웃, 집사람, 주인양반, 편부모, 딸치우다, 혼혈아 등 6개였다. 그들은 대안으로 불우이웃은 ‘나눔이웃’, 집사람은 ‘아내’, 주인양반은 ‘남편’, 편부모는 ‘한부모’, 딸치우다는 ‘결혼시키다’, 혼혈아는 ‘다문화 가정 2세’로 제안했다.
또 가정에서 살아져야할 용어로 결손가정, 과부, 미망인, 고아, 홀아비, 홀어미, 새엄마, 새아빠, 계모 등 9개를 선정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개선되어야할 6개와 사라져야할 9개 용어 가운데 고쳐진 것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먼저 나눔이웃은 변함없이 ‘불우이웃’으로 쓰이고 아내이기를 바랬던 집사람은 여전히 ‘집사람’으로 통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관련해 “집사람이 빚갚는데 썼다”가 그 예이다. 남편으로 부르자는 집주인 역시 노년층에서는 남편 대신 집주인으로 부르고 있다. 봉건사상과 유교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으로 보지만 젊은 세대들이 남편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인데 ‘자기’, ‘오빠’, ‘아빠’로 호칭하는 미숙 주부를 볼 때는 아연실색하게 된다. 편부모는 ‘한부모’로 많이 바뀌었지만 딸치우다는 혼인을 뜻하는 비유어이기 때문인지 너나없이 그대로 쓰고 있다.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 ‘다문화 가정 2세’이다. 혼혈아는 피가 섞였다는 뜻에서는 맞지만 인종 차별 이미지가 강해 썩 좋은 용어가 아니다. 결국 6개 중 ‘한부모’와 ‘다문화 가정 2세’ 정도가 성공, ‘남편’이 절반의 성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살아져야한다고 주장했던 9개 용어 가운데서 홀아비, 홀어미가 ‘독신남’, ‘독신녀’, ‘독거노인’으로 고쳐 부를 뿐 나머지 8개는 그대로 쓰이고 있다.
특히 결손가정과 미망인은 언론에서 자주 쓰고 있어서 살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개선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