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의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언제나 이 암울한 경제위기의 끝장선언을 맞게 될 것인지 그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 재정조기집행 정책이었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각 지자체는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자체들마다 공사를 앞당겨 발주하면서 과잉 공급현상이 나타났다. 공사의 타당성 검토를 소홀히 한 채 우선 발주부터하고 보자는 조급함이 또 다른 문제점을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기집행사업에 대해서는 일정절차를 무시해도 감사를 면책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파행적 업무처리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중앙정부가 수시로 조기집행 실적을 보고받고 지자체별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결과에 상관없이 조기집행 건수를 양산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사유가 있다는 변명이다. 따라서 재정조기집행의 실천에 따른 체감효과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산집행 또한 건설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도로공사 등 대형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대형건설 업체들도 선급금을 외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과 동시에 공사금액의 70%까지 선급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수령해가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 선급금 수령을 거부하는 것은 선급금 수령 시 필요한 이행보증서 발급 수수료를 2.2%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급금은 재무제표상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형업체조차 선급금을 받아가지 않는 실정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업체들이 부담 없이 자금을 찾아갈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조기 집행은 궁극적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그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경기를 살린다고 사업을 앞당겨 미리 벌이는데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업체에서야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겠지만 영세업자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지역에는 손님이 점점 더 줄어가고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데 건설 사업에만 수백, 수천억을 쏟아 부으니 실제 서민들의 생활에는 전혀 보탬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반기에 예산의 60% 이상을 끌어다 쓰면 나머지 하반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하반기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서 더 큰 경기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를 귀담아 들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