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23일 서거와 관련해,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후폭풍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정2기를 맞아 친이 주류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예상됐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강공 국정 드라이브의 향후 전개에 대한 관심속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거센 정치적 후폭풍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당장 미디어법 등을 둘러싸고 거친 장외사전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6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는게 아니냐는 예측속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박연차 로비’ 연루 사건은 의혹만 부풀린 채 사건의 실체를 풀 길이 없게 됐다는 점과 검찰 수뇌부 교체요구, ‘표적사정론’ 등으로 정부 여당은 어떤 식으로든 향후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향후 국정 운영에 미칠 파장과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습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고 국민장이든, 가족장이든 최대한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침통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애도를 표하면서 당사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는 등 극도로 대응을 자제하면서, 여론 살피기에 온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의 명복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며 청와대에도 최대한의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내심 혹시 모를 당과 이명박 정부에 미칠 후폭풍이 걱정이다.
민심의 동요속에 괜히 법안 처리를 위한 전략을 짜고, 여야 협상에 나섰다가는 가뜩이나 ‘속도전’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어차피 6월 임시국회가 시작돼도 초반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 ‘정례 행사’만 열리는 만큼 야당과 의사일정에 협상에 본격 나서기 보다는 시간 여유를 두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구두논평을 통해 애도를 표한 뒤, “죄는 미워도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없이 계속 피의사실을 흘리면서 권양숙여사도, 딸도 구속하겠다고 한게 과연 옳은 것이냐”고 검찰을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긴급지도부회의후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검찰과 현정권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냐, 언론과 검찰은 서로 핑퐁게임하듯이 주고 받으며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고 시정잡배로 만들어 버렸다”며 오열했고, 김두관 전 장관도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고 분노감을 드러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날 논평을 통해 “침통함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믿기지 않는 비극을 불러온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를 정조준했다.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공권력이 강요한 사실상 타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정부책임론’ 제기는 향후 정국의 급랭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은 우선 검찰 수사와 관련,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등 여권실세들에 대한 엄정수사를 촉구하며 수사결과가 미진할 경우 앞서 예고했던 ‘특검’ 추진요구를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 전 대통령 수사결과를 ‘경마중계식’으로 매일 브리핑해온 검찰에 대한 공세와 함께 검찰 수뇌부 및 법무장관 등에 대한 경질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의 향배가 정국의 흐름을 읽게 해줄 열쇠라는데 공감하고 있으나, 당장 민심의 향배는 어디로 행할지 예견하기 어렵다.
국민적인 추도열기 속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제2의 촛불로 타오를지도 관심이다. 이미 지난 23일 시민들과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분향소 설치를 두고 충돌을 빚었던 경찰 등 공권력의 개입이 진행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