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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타까운 노 前대통령의 서거

국민들의 거대한 신뢰 받아
‘인격 모독’ 가장 큰 상처

 

충격이었다. 어쩌면 한 나라의 수장이었던 분이 그렇게도 허망하게 가실 수 있는 것인지…

온 국민은 혼돈과 비통의 도가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유독 정치력 부족인 여당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으며 야당 역시 이 난국에서 어찌 헤어나야 하는 것인지 모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가슴이 미어지는 건 국민 몫이다.

구시대의 부조리와 기득권에 저항했던 보통 사람들의 아버지로서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식인층에서부터 저 아래 하루벌이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정말로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신뢰를 한 몸에 받았었다.

바로 이것이 노 전 대통령에게는 가장 큰 짐이었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에 대해 맹목적이었다.

자녀의 안위를 걱정했던 아버지로서 커다란 허점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노 전 대통령만큼 보통 사람의 편에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실현시키려 노력한 분은 없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인 듯 하다.

지난 주말만으로도 문상객의 수가 십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장을 지낸다고 하니 이 주 들어서도 문상객은 줄을 이을 것이다. 모두가 애통함으로 절절할 것이다.

혹 걱정스러운 점은 바로 이 절절함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 ‘누구도 원망하지마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불행이 닥치면 무엇이 그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찾아내고자 하는 인지적 욕망이 있다.

바로 이 같은 자동적인 사고과정은 누구에겐가 사랑하는 사람을 여읜 우리의 절망을 탓하고자 할 것이며, 아마도 일차적으로 그 대상이 될 법한 상대는 그를 궁지로 몰아붙였던 수사검사들과, 멀게는 이 같은 상황을 방임으로 일관한 현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근본적인 발단은 돈거래를 한 당사자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검찰의 조사는 단지 그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으려는 절차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피조사자를 궁지로 몰아넣은 검찰의 가장 큰 과실은 바로 그가 조금 전까지 명예를 중시했던 인권변호사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며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상처는 바로 인격 모독이라는 점, 바로 그 점에 전혀 무감했었다는 사실이다.

피의자도 인간이며 인격권이 있다는 점, 특히 사회적 명망이 있는 사람일수록 돈보다, 지위보다 자신의 인격이 침해당할 때 가장 크게 상처를 입는다는 점, 바로 이 같은 기본 사항을 검찰은 철저히 무시했다.

우리는 유독 사회 고위층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귀가하여 자살에 이른 사례를 많이 목격하여 왔다.

자신이 수십 년 간 쌓아올린 명예를 한 조각 남김없이 모두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이들은 과감히 생의 끈을 놓아버렸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유서 내용에서 볼 수 있듯 삶에 대한 모든 집착을 떨쳐버린 순간, 죽음에 대해 담담하다 못해 초연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인간의 불가피한 선택,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마지막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한탄스러운 점은 그래도 그가 나라 걱정을 무척 많이 했던 분이라는 사실과 그랬던 그가 자살을 선택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자살율이 1위인 우리나라, 하루 평균 35.5명이 자살하는 나라, 바로 그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 그것도 어렵게 사는 국민들을 가장 많이 걱정했던 바로 그분이 다름 아닌 자살을 택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원망스럽다.

사회적 공인으로서 그의 마지막 과업은 어쩜 어떠한 치욕도 견뎌 내고 우리의 곁에 오랫동안 남아있어 주는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격한 심정으로 새벽바람을 맞으며 절벽 위에 서셨을 그의 모습이 원통하고 비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의 뒤를 따르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은 결코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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