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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만장(輓章)

이창식주필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엄수됐다. 경복궁 영결식은 엄숙했고, 서울광장 노제는 장엄 그 자체였다.

서울 심장부는 조문 인파로 완전히 뒤덮혔다. 다시는 이룰 수 없는 이승에서의 만남이 아쉬워 운구차를 가로 막을 수밖에 없었던 잠시동안의 혼잡말고는 너무나 성숙되고, 세련된 망자와의 이별이었다.

노란 풍선, 노란 모자, 노란 스카프, 노란 수건, 노란 종이 비행기까지 서울광장은 노란색 일색이었다. 특히 2천여개의 형형색색 만장(輓章)은 국민장의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만장은 만장(挽章), 만장(挽丈)이라고도 쓰는데 죽은 사람을 슬퍼하여 지은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서 기를 만들어 상여 뒤에 따르게 하는 것으로, 문체에 따라 만사(輓詞), 만시(輓詩)로 구분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만장은 옛것과 달리 일상의 대화체 글이 많아서 더욱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1919년 1월 21일 고종 황제가 승하하고 나서, 3월 3일 덕수궁 대한문에서 국장을 치를 때 이왕직 장관이 왕족과 귀족, 한학자 등 200여 명을 만장제술원(輓章製述員)으로 임명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으나 만장수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종의 경우 일제하인데다 3월 1일 독립만세 운동까지 일어난 상황이어서 만장은 물론 조문 군중의 집합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 때 만장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장례문화가 차츰 바뀌면서 만장 대신 조화가 쓰이고 있지만 만장이 펄럭이는 장례식 광경은 생자가 망자에게 마지막으로 표시하는 애정과 존경의 표시 같아서 보기도 좋았거니와 감동도 컸다.

원래 만장은 대나무 막대로 만드는 것인데 이번 국민장에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죽창(竹槍) 사건 때문에 피브이씨 막대로 대치되었다. 과격한 시위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하나를 없애버린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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