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야생 동·식물 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까닭은 산성이 강한 집비둘기 배설물이 문화재와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흩날리는 깃털은 주민 생활과 건강에 해롭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포획할 수 있게 됐다. 은근히 속상해하던 주민들로서는 잘되었다 싶을지 모르지만 집비둘기 처지로 보면 맑은 하늘의 벼락과 다를 것 없는 흉보라 할 것이다.
집비둘기는 귀서본능이 강해 전서구(傳書鳩)로 쓰인 때가 있었다. 신화에서 비둘기는 곡모신(穀母神)의 사자로 인식된다. 고구려 주몽이 동부여 왕자들의 박해를 피해 남하했을 때 그의 어머니 유화는 비둘기로 하여금 그 목에 보리 씨앗을 간직하게 하여 아들을 뒤따르게 한다. 주몽은 자기를 쫓아 날아오는 비둘기를 활로 쏘아 잡는다. 주몽은 비둘기 목을 따서 보리 씨앗을 꺼낸 다음, 물을 뿜어 되살아나게 해서는 어머니에게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즉 비둘기는 신모사(神母使)이면서 곡모신의 사자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비둘기는 부부 금실이 좋다. 알을 낳으면 암수가 번갈아 품고, 비가 오면 수컷이 암컷을 멀리 보내 비를 피하게 하고, 개면 동지로 돌아오도록 한다. 비둘기는 장수와 복종의 상징이었다. 왕은 장수 노인에게 비둘기가 장식된 지팡이, 즉 구장(鳩杖)을 하사했고, 일본 무가(武家)에서는 비둘기를 야치만신(八燔神)의 성조로 여겼다. 서양에서는 비둘기를 평화·순진·온화·유순의 상징으로 봤다. 강경파를 매파, 온건파를 비둘기파라고 하는데 전쟁은 매파, 평화는 비둘기파 몫이었다.
이런 설화도 있다. 꿩과 비둘기, 까치가 쥐서방 집으로 양식을 구하러 갔는데 겸손한 까치는 양식을 얻었으나, 꿩과 비둘기는 거만을 떨다 양식을 얻기는 커녕 화젓가락 세례를 받았다. 꿩은 머리에 벌갛게 덴 자국이 남고, 비둘기는 파랗게 멍이 든 자국이 남았다. 이래저래 인간과 가까이 지냈던 집비둘기가 퇴치 대상이 되었으니, 세상에 영원한 우호관계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