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자전거는 한국 녹색성장의 희망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자전거 타기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자전거 타기를 시원하게 권할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시 내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자전거 등교를 막고 있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도로상황 때문이다. 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준비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녹색성장을 내세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엊그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전거타기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평택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개설한다고 해서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할 수 있다는 제안도 참으로 허황된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타기는 레저나 스포츠용의 자전거 타기가 아닐 것이다. 1시간이내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출퇴근용이나 통학용 또는 주부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자전거 타기였을 것이다. 4대 강 유역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해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자전거의 좋은 점만 택해서 온 국민의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탁상행정일 뿐 실제 녹색성장과는 전혀 무관한 정책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를 확보해가면서 자전거 산업에도 충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모들은 내 자식이 저 험난한 도로에서 자전거타기를 원하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녹색성장의 기수가 되리란 착각은 접어야 한다.
온실가스 없는 친환경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선택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녹색성장의 희망이 되기까지의 사전준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얘기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한때는 자전거회사 주식이 급등하고 있다는 증권가의 소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전거 예찬론이 나온 뒤의 상황이다. 모두 장밋빛에 눈이 멀어 있다. 출퇴근 등 생활용이 아닌 레저스포츠 위주의 자전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3천㎞가 넘는 해안일주도로를 개설하겠다는 발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전거는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자전거 운동의 핵심이다. 자전거는 광역권 이동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활성화되고 녹색성장의 첨병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과제다. 등교 시에 장보기에 또는 출퇴근길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반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자전거 운동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