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물로 배 채우던 세월은 까마득한 옛날이다. 도시락을 못 싸오는 학생들의 얘기를 다른 세상 얘기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국민 소득 몇 만 불 시대에 웬 밥 굶는 얘기냐고 할지 몰라도 눈물 젖은 점심조차 먹지 못하는 학생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생활고가 원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분위기는 어두워지고 월정급식비 4~5만원을 못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급식비를 못 내니까 학생들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고 아예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후미진 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예산을 핑계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교 급식을 무료로 하겠다는 지자체가 먼저 발 벗고 나섰다. 교육청에만 학교급식 문제를 맡길 수 없다면서 지자체 예산을 교육청에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무료급식 문제는 교육예산과는 별개로 지자체에서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지엽적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조치로도 보이지만 일선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중앙정부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지 그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연도 눈물겹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속내는 오죽하겠는가.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급식비 지원신청 서류가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는 사실을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고 있다. 무료급식을 신청하려면 학부모 이름으로 된 자동이체 통장이 있어야 하고 보호자 가출 확인서, 신용불량자 확인서, 채권압류 처분서, 난치병 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훤히 드러내야만 무료 급식대상에 포함된다니 아예 급식을 포기하고 굶고 만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국 초·중 무료급식 소요 경비로 2조여 원을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예산마련 불가를 내세우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앙정부와의 예산타령 속에서 일부지자체들이 급식 예산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진정한 자치행정의 실현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무료급식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함께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