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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사씨남정기’

이창식 주필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와 ‘구운몽(九雲夢)’은 조선 숙종 때 사람 서포(西浦) 김만중이 지은 국문소설이다. 사씨남정기는 여성의 질투심리와 궁중 비극을 폭로한 최초의 작품으로 중국을 무대로 하였다. 당시 숙종이 장희빈에게 반해서 인현왕후 민씨를 내쫓은 사실을 풍자한 글로 권선징악(勸善懲惡)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김만중은 실제로 민씨 축출을 반대하는 일련의 정치활동을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남해로 귀향 가서 지은 것이 사씨남정기였다. 훗날 김만중의 종손 김춘택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운몽 역시 남해 귀향 때 홀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기 위해 쓴 국문소설인데 성진(性眞)이란 주인공이 여덟 선녀와 함께 인간으로 환생하여 입신양명하고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다가 깨어나 보니 꿈이었다는 것이 줄거리다. 국문소설이 흔치 않던 시기에 하나는 풍자, 하나는 공상이라는 전혀 격이 다른 소설을 썼으니 이는 문학사적으로 평가할만 한 일이다. 그런데 고전적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두 소설의 창작연대와 적소(謫所·죄인이 유배되어 있는 곳)에 대해 일치된 결론을 못내리고 오늘날까지 입시름을 하고 있어서 학자들의 연구열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고금을 막론한 우리나라의 기록문화 후진성과 무관심이 부끄럽게 여겨질 뿐이다.

지난 4월 남해역사연구회는 ‘서포 김만중 소설과 적소에 관한 고찰’이란 주제로 학술강연회를 가진 바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확적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연대에 관하여는 숙종 13년(1687)부터 숙종 15년 사이의 다섯가지 설이 있고, 적소 역시 남해설과 평북 선천(宣川)설로 나뉜다. 작품은 남아 있는데 연대와 적소는 왜 불분명할까. 옛날 고전소설 작가들은 소설 창작 자체를 명예롭게 여기지 않았고, 일부 국문소설의 경우를 제외하면 고전소설의 작가는 기명(記名)은 물론 창작연대에 대한 단서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김만중도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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