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를 못한다고 했다. 정부에서의 물가관리는 똑 부러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민생서민 물가는 외환 환율이나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원자재 등 외부적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오랜 장기 불황 속에도 이번 5월 물가동향 및 소비자물가조사에서 우리는 작은 위로를 받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에 비해 2.7%만 올랐다.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해에 비하면 어느 정도 잡혀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숫자로 발표되는 통계와 일상에서 체험하는 실제 피부물가는 크게 다르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 4인 가족 하루 반찬거리를 해결한다는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2배로 올랐다. 돈만 원으로는 장을 볼 수가 없다는 주부들의 아우성이다. 올 초반까지 고환율로 인한 물가가 정신없이 뛰어오르자 내린 정부의 긴급처방을 우리는 MB물가대책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행정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요 생필품가격 동향을 살피거나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잠시 주춤했던 물가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서울과 인천의 택시비가 12% 넘게 인상이 됐다. 전기요금도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고가 뒤를 따랐다. 택시비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일반적인 수급상황 판단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면에는 또 다른 말 못할 고민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해보면 대안 정책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택시요금 인상과 전기요금 인상은 LPG사용과 심야전기 보급을 고려치 않고 책정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을 관계자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소득 불균형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질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니 내수소비는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요금 인상억제만으로 서민생계물가를 잡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공공요금인상은 단순한 물가불안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적 에너지시장의 변동, 또는 국제정치 동향에서 이어지는 경제상황의 돌발변수 등 우리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저런 복잡한 경제적 역학 관계에 따라 우리의 경제사정이 결정된다. 물가요금 올리는 것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관행에서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